[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가계 부실 '부메랑' 우려…우리 경제 '뇌관' 될라

입력 2014-01-10 18:54  

1000조원 넘어선 가계 부채

가계 빚이 이미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금융회사의 대출과 신용카드사의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이 작년 9월 말 현재 991조7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의 대출만 10~11월 9조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 1월7일 연합뉴스

☞ 가계나 나라 살림이 건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부채다. 소득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빚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빚의 증가 속도는 관리 가능한지가 체크 포인트다. 빚의 절대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가 소득이나 GDP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빠른 가계나 나라 살림은 결국 파탄에 이르게 마련이다. 이는 최근 유럽 재정위기국에서 찾아볼 수 있듯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뉴스에 상당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계 빚은 어느 범위까지를 가계 빚으로 보는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가장 좁은 의미의 가계 빚은 가계신용이다. 가계신용은 금융사들이 가계에 빌려준 돈인 가계대출에 신용카드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한 판매신용을 더한 것이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계신용에 개인사업자(자영업자)와 비영리단체의 부채를 더한 게 가계부채다. 가계부채는 가계 구성원이 빌린 부채를 모두 합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2004년 말 494조원에서 2005년 말 543조원, 2009년 말 776조원, 2011년 말 912조원, 2012년 말 959조원으로 매년 급증하더니 최근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9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가계신용에 자영업자의 빚 등을 더한 가계대출은 1000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2004년 말 583조원에서 2010년 1017조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하더니 2012년 말에는 1159조원으로 불었다.

왜 이처럼 가계 빚이 폭증한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 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가계신용 가운데 판매신용은 5~6% 안팎에 그치는 반면 가계대출은 95%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4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값이 뛰자 너도나도 빚을 집을 산 것이다. 최근 전세자금 대출이 증가하는 것도 가계 빚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금융위기 이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생계형 대출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크게 늘었다. 자영업자의 경우 1인당 대출이 지난해 3월 말 평균 1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의 대출 가운데 부실 위험이 있는 잠재 위험 부채는 60조7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6%를 넘었다.

적절한 부채는 소비나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다한 빚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가계 빚은 감당할 만한 수준일까?

가계부채의 적정성 여부는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 및 GDP와의 비교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가계소득 가운데 세금 등을 빼고 실제로 사용 가능한 소득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3년 126.5%에서 2012년 163.8%로 뛰었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3년 72.9%에서 2012년 91.1%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1년 기준 평균 136.5%(한국 163.7%),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4.5%(한국 89.2%)다. 한국이 OECD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또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과 서민대출의 건전성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급격히 노령화되면서 주택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이 살 때보다 떨어져서 ‘하우스 푸어’가 되는 가계가 적지 않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은 시중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자동적으로 뛰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50% 이상이고, 일시 상환 비중도 선진국보다 크게 높다. 반면 만기는 짧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와 저신용등급자도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5% 가까이 차지한다.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거나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큰 구조다. 또 소득이 낮은 소득 1분위 계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2010년 4.9배에서 2011년 6.5배로 뛰어 서민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도 취약하다.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부실채권비율은 1.31%(2012년 말 기준)로 1.0%를 웃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0.83%로 2008년 12월 말(0.52%)보다 뛰었다. 특히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2008년 12월 말 3.95%에서 2012년 12월 말에는 8.72%로 수직 상승했다. 가계든 국가든 빚 절대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때,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빚 증가 속도가 빠를 때 위기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펀드 슈퍼마켓 인터넷으로 펀드 사고 파는 '온라인 장터'

오는 3월부터 펀드 가입을 독려하는 각종 지원책이 쏟아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온라인 코리아는 오는 3월17일 온라인 펀드슈퍼를 열기로 최근 결정했다. 펀드온라인 코리아는 자산운용사들이 공동 출자해 작년 9월 설립한 회사다. - 1월7일 한국경제신문

☞ 펀드 슈퍼마켓(Fund Supermarket)은 슈퍼에서 물건을 사듯 인터넷으로 펀드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뜻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증권사나 은행에 갈 필요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여러 펀드를 비교해보고 직접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펀드 슈퍼마켓 사업을 벌일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인가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해 2월 중 설립을 인가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47개 자산운용 회사와 기관들이 220억원을 공동 출자해 지난해 9월 만들었다.

자산운용사들이 공동으로 온라인 펀드 판매사를 설립한 건 요즘 펀드 시장이 죽을 쑤고 있어서다. 국내 펀드 시장은 2000년대 중반 펀드 하나라도 들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당할 정도로 붐을 이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등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펀드 슈퍼마켓 설립은 고객들이 좀 더 간편하고 싸게 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펀드 시장 침체를 극복해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펀드 슈퍼마켓은 시중에 출시되는 모든 공모펀드를 판매한다. 수수료도 오프라인 펀드의 3분의 1 수준에서 받을 예정이다. 수익률 등 펀드 정보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제공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화, 소비와 판매 채널의 다양화는 전체 국민 경제의 후생을 높인다. 펀드 슈퍼가 우리 자본시장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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