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적기업 열전③] 구석구석 화장실 스케일링하는 '학교환경지원센터'

입력 2014-01-16 09:28   수정 2014-01-16 10:24


[ 정현영 기자 ] 학창 시절에 화장실 청소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기 전 한 번 이상 꼭 경험해 보는 '통과의례'같은 일이다. 화장실 청소 당번은 물론이고 지각 등 학교 규칙을 어긴다면 어김없이 받게 되는 징계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 청소다. 화장실 청소 아줌마가 있어도 여전하다.

학창 시절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를 보더라도 선생님으로부터 '합격'이란 말을 들은 뒤에야 학생들은 청소 도구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다. 화장실은 청결 상태가 사용자의 눈에 모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실 배관과 썩어가는 천장 속 그리고 악취와 찌든 오염원의 근본적인 원인인 대·소변기 내부 청소 등은 학생들과 청소 아줌마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루에 한 두번 이상 양치질을 하더라도 치과 스케일링을 받아야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듯이 '화장실 스케일링'을 해주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7년 전인 2007년 2월 설립된 학교환경개선지원센터(www.schooleic.org, 대표 이창국)가 그 주인공이다.

◆ 2001년부터 환경교육 심포지엄 등 활동…2011년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

2011년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학교환경개선지원센터는 10여년 전인 2001년부터 단체를 꾸려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학교환경개선지원컨설팅을 벌여왔다.

이후 2007년 2월 학교환경개선지원센터 발기 총회를 거쳐 이듬해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제988호 서울특별시), 본격적으로 건강한 학교 만들기에 나섰다.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수익창출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일반적인 기업은 이윤을 쫓지만 사회적기업들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된다.

학교환경개선센터는 게다가 2011년 10월 '더 착한 우수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곳으로 학교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남들이 청소하지 않는 부분만 공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화장실 특수 크리닝 전문가, CSQ(Clean School Quality, 클린스쿨인증제) 컨설턴트사 등 약 15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집계됐다.

CSQ는 '저탄소 녹색실천 학교인증'으로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합의해 깨끗한 환경, 건강한 학교를 실천하는 곳에만 발급하는 인증서다. CSQ를 받은 학교는 교육시설환경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유지관리와 저탄소 녹색실천을 유지해야 한다. 재활용 실적 등이 우수하면 그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유지관리 비용)도 지급받을 수 있다.

학교환경개선센터는 "녹색실천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화장실 청결을 위해 꾸준히 관리하고 재활용 분리수거와 위생적인 급식환경을 점검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 화장실도 '스케일링'…대걸레 세척기 등 잇단 특허 개발도 '눈길'

학교환경개선센터는 한 마디로 매일 청소하는 사람이 못하는 부분을 청소하고 있다. 일상적인 청소로는 어렵고 위험한 배관과 천장 속 등을 닦지 못한다. 일상 청소로 불가능한 화장실 내부를 특수장비와 전문적인 기술을 이용해 점검하고 닦는 '특허 받은 화장실 청소 아줌마'다.

이곳은 그래서 일종의 학교 환자를 다루는 학교 치과로 불리기도 한다. 평소 칫솔을 이용해 청소하기 힘든 부분을 치과에서 스케일링하는 것처럼 일 년에 한 두번씩 '화장실 특수 클리닝'을 하는 셈이다.

특허 장비도 잇따라 개발해 내고 있는데 물절약 대걸레 세척기(특허 제10-1098364호), 청소도구 걸이대(특허 제10-0012135호) 등을 비롯해 녹색생활체험학습장, 친환경 무알콜 손세정제 등으로 보건환경위생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는 학교 화장실 청소인들을 상대로 한 '화장실 관리인 교육'을 진행해 관리의 효율성까지 높이고 있다.


대걸레 세척기는 이곳의 가장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녹색화장실 시설물 장려상(행정안전부 장관), 우수시설학교 평가 대상시설물(교육과학기술부), 화장실문화품질인증(한국화장실협회) 등 3관왕의 주인공이다.

이 장비는 기존 걸레 세척에 사용되던 물의 70%를 절약하는 효과를 내고 있어 대표 친환경 제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센터는 "걸레를 세척하는 동안 사용되는 물은 1분당 50리터에 달한다"면서 "물을 받아놓고 걸레를 세척한다면 많은 물을 아낄 수 있는데 물절약 걸레 세척기는 편리한 담수기능을 내장해 기존 물 사용량의 30% 수준인 15리터만으로 효과적인 세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물질 거름망이 있어 배수구가 막힐 염려가 없으며 배수관 개폐장치로 냄새까지 차단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 청소도구 걸이대도 특허제품인데 청소도구를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화장실 교실 다용도실 등의 벽에 설치돼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친환경 무알콜 손세정제(에코젤)도 대표 제품이다. 에코젤은 한방 재료와 자몽 추출물로 제조돼 보습효과가 탁월하고 항균효과가 지속적이라는 것. 무알콜이라서 화기에 안전하고 어린이나 민감성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학교환경개선지원센터는 강조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협력사 (주)에코웨이브코리아와 연계해 개발되고 있고,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 전시된 바 있다.

◆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상가·시장 등 사회공헌활동 활발

학교환경개선지원센터는 학교 화장실뿐 아니라 교실과 매점·구내식당 위생관리, 운동장 관리, 청소도구 개선관리, 분리수거 학습장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나아가 장애자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상가와 시장 내 화장실 특수클리닉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표적인 것이 '성은학교, 직업전환 진로와 창업을 위한 신사업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09년 7월 성은학교의 경기직업전환교육지원센터(경기도교육청운영)를 연계,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시설을 완료하고 장애 학생들의 행복한 일자리는 만들었다. 친환경손소독제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전공과 직업교육을 받았더라도 경기침체와 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보건위생증진에 필요한 친환경 녹색생활소비제(손소독액)를 임가공 후 직접 판매 유통과 연계해 가족단위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전했다.

센터는 또 지난해 4월 독산 남문시장 협동조합 화장실 청소를 시작으로 화곡 남부시장 협동조합 화장실, 5월엔 영등포 영신상가, 6월부터 10월까지는 영등포 광야 홈리스센터 화장실 클리닉을 잇따라 진행했다.

학교환경개선지원센터는 화장실 설비 문제도 다루고 있다. 화장실 변기수를 늘리거나 타일 등을 교환하는 등 설비와 장비를 개선시키는 경우에도 지원, 쾌적한 화장실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다.

◆ "학교 화장실 특수클리닉 사업모델 공중·개방화장실로 확대해 일자리 창출 기여"


학교환경개선지원센터의 향후 목표는 학교 화장실 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 등 전국 화장실 특수클리닉 사업모델로 확대 개편해 전국에 수 백명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센터는 "학교 화장실 전문 특수클리닉의 경우 2016년까지 지금 200여곳에서 1만3000여곳 학교로 확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대표 특허 제품인 물절약 걸레세척기 역시 서울시 학교뿐 아니라 구청과 관공서 등에 지속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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