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손정은 씨(37)는 2주 앞으로 다가온 설을 맞아 한 대형 마트에서 친지에게 선물할 와인 한 병을 샀다. 평소 달콤한 맛의 와인을 선호하던 그는 이탈리아 안티노리가(家)의 마르케제 안티노리 클라시코를 집어들었다. 가격은 10만원. 손 씨는 "와인은 제품마다 의미가 다르고 소장가치도 있어 선물용으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 주류 수입사들의 '와인전쟁'이 한창이다. 와인 연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설, 추석 등 명절에서 나오는 만큼 이때가 한 해 농사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와인 판매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판촉전쟁이 치열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설날을 앞두고 130여종의 와인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이 회사는 본사 직원들을 대형 마트로 직접 파견해 이 기간 와인을 판매하는 직원들에게 제품에 담겨져 있는 의미와 스토리를 교육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해 와인 친숙도를 높이려는 판매전략이다.
아영FBC도 설 연휴를 앞두고 90여종의 와인을 일시에 내놨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직접 대형마트 등 판매점으로 나가 와인 판촉을 도울 예정이다. 평소 대비 일손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 나라셀라 70종, 신동와인 45종 등 국내 와인 수입사들이 이 기간 선보인 와인 종류만 해도 500여종에 이른다. 한 해 출시하는 전체 와인 숫자의 절반 이상을 명절을 앞두고 내놓는 셈이다.
설 등 명절 연휴는 와인 업체들의 최대 '대목'이다. 연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이 기간에 발생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와인 판매비중은 2월, 9월,12월이 각각 14.9%, 17.7%, 12.5%를 기록해 설(2월10일), 추석(9월19일), 크리스마스(12월25일)를 앞두고 평균 이상의 와인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의 달은 4~7% 수준이다. 100병 중 45병이 이 기간에 팔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와인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자주 접하다보니 명절 선물로 와인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장 가치도 있고 의미 부여도 할 수 있어 특별한 선물을 찾는 고객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실제 와인 수입량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와인 수입량은 2만9191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는 최대 정점을 찍었던 2007년(2만8839t)을 넘어선 수치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