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한류, 연 수주 1000억弗 시대 열자] 출혈경쟁 도급공사 의존…'제안형 사업' 늘려 일감 창출해야

입력 2014-01-20 21:13   수정 2014-01-21 04:28

(下)·끝 해외공사 자발적으로 창출하라

삼성물산, 세계 최고층 빌딩 이어 '월리타워' 수주
기획안·공사비까지 일일이 산출…사업자에 제안
인도 재벌들, 초고층 빌딩 기술력 인정해 '러브콜'



[ 안정락 기자 ] 국내 건설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줄곧 일감 감소와 실적 악화에 따른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쳐 퇴출 건설사가 줄줄이 생겨났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공사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경쟁입찰을 통해 발주자가 내놓는 일감을 확보하다보니 저가 수주에 출혈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공사를 마친 이후 수익을 따져보면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위 5대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익률은 3.1% 수준으로, 글로벌 225개 업체의 평균 수익률(7.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건설업계가 ‘천수답식 수주관행’을 탈피해야 하는 이유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건설사와 금융권이 융합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회간접자본(SOC)·도시개발 등 다양한 종류의 개발사업을 제안, 채택되도록 하는 이른바 ‘자발적 공사창출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탄한 ‘기획·제안형 사업’으로 수익성을 높여야 ‘건설코리아 제2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초고층학회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 2010년 2월 인도 델리. 삼성물산의 초고층빌딩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아메드 압델라자크 부사장이 828m짜리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인도의 억만장자이자 부동산개발사 오베로이리얼티의 회장 비카스 오베로이도 함께 있었다. 오베로이 회장은 아메드 부사장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다가가 말을 건넸다. “뭄바이에 대형 프로젝트를 하나 기획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메드 부사장은 귀가 솔깃했다. 실력만 보여주면 역제안도 가능할 듯했다. 인도 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초고층빌딩 사업을 만들어낼 기회였다. 곧바로 실사팀을 꾸려 현장을 방문했고, 기획·설계뿐 아니라 공사비 산출까지 해주는 이른바 ‘프리콘(pre-con) 서비스’를 통해 오베로이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삼성물산이 역으로 사업을 제안하며 2011년 7월 계약을 이뤄냈다. 인도 최대 상업도시 뭄바이에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월리타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삼성물산, 인도에서 초고층 명성을 잇다

월리타워는 호텔·주거·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으로 모두 2개동으로 구성됐다. 지상 85층과 62층짜리로 설계됐다. 이미 ‘키 높이기’에 속도가 붙어 가장 높은 곳은 30층까지 올라와 있다.

월리타워의 공사액은 4억8700만달러(약 5200억원) 규모다. 내장 마감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공사 규모는 훨씬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 등을 건축, 초고층빌딩 업계 최고의 시공력을 자랑하고 있다.

기술력이 좌우하는 초고층 공사

현장에는 삼성물산의 한국인 직원 19명과 인도인 파트너 14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단순 노무직 근로자는 2000여명에 이른다. 현재 가장 높은 30층에서는 최첨단 타워크레인이 눈앞에 줄지어 펼쳐졌고, 100여m 아래 지상에는 끊임없이 철근을 나르는 인부들이 마치 ‘점’처럼 보였다.

김창선 현장부소장(공사팀장)은 “초고층빌딩은 시공 과정에서 아주 미세하게 건물이 기울어진다”며 “따라서 공사 진행단계에 맞춰 수평·수직도를 체크해 보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인도 근로자들은 한국인의 철두철미함에 매일 놀라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6개월 정도 일했다는 아쇼크 암베르카르(35)는 “처음에는 안전 규율도 너무 강하고 요구하는 게 많아 힘들었지만 이제는 ‘한국 스타일’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기대

월리타워는 삼성물산이 프리콘 서비스를 통해 실제 계약까지 이룬 첫 사례다. 정문헌 삼성물산 초고층팀 부장은 “프리콘 서비스를 통해 사업자의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대폭 줄여 줬다”며 “오베로이 측이 우리에게 갖는 신뢰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월리타워의 명성으로 인도 재벌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릴라이언스그룹은 뭄바이에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짓기 위해 삼성물산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태식 소장은 “월리타워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초고층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뭄바이=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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