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비리와 부정, 사람이 리스크다

입력 2014-02-03 20:33   수정 2014-02-04 04:30

최명수 문화부장 may@hankyung.com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대회 사업비를 중복 정산해 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한야구협회 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대한공수도연맹 회장은 아들과 딸을 임원으로 두고 대표선수 훈련수당 통장을 관리하며 1억4000여만원을 가로챘다. 혈연과 지연·학연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시·도 승마협회), 회장이 개인 소송비용을 단체 예산으로 집행한 사례(경기태권도협회)도 적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체육단체 특별감사 결과다.

문체부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스포츠 검찰’ 격인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연내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를 4대 악(惡)으로 지목해 3일부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 김종 문체부 2차관이 “전쟁터에 서 있다”며 전쟁을 선포했지만 대한체육회 등을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 당국도 비리와 부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비리의 온상 '패거리 인사'

문화계에도 적지 않은 부정과 비리 소식이 들린다. 미디어콘텐츠 분야 M사는 정부 지원금을 회사 통장이 아닌 대표의 개인통장에 넣어달라고 주문해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A교회가 운영하는 한 대안학교는 학비를 성직자 개인통장으로 받는다는 제보도 있다. 회사의 사유화요, 학교의 사유화인 셈이다.

어디나 사람이 문제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뽑고, 어떤 방식으로 키우며, 어디에 배치해 관리하느냐가 조직의 운명을 가른다. 사람 관리를 잘못하면 경영이나 행정이 불투명해지기 십상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밀실행정이 빈번해지며, 끝을 모르는 탐욕은 배임과 회계장부 조작을 일삼는 횡령으로 이어진다. 고질적인 ‘패거리 인사’는 비리와 부정부패 또는 대형사고로 귀결되고, 그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인 법과 질서, 원칙과 기준 등 시스템마저 뒤흔든다.

최근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무단 계좌이체 사건도 ‘패거리 인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고객정보 1억여건이 불법 유포된 국민카드와 농협, 롯데카드 등은 내부통제를 맡은 감사가 모두 금융회사 검사와 감독의 칼자루를 쥔 금융감독원 출신인사다. 금융회사가 ‘모피아(재무부+마피아)’나 ‘금피아(금감원+마피아)’를 영입한 뒤 당국의 관리감독이 느슨한 틈을 타 부정과 비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 구조가 깨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명성·신뢰가 사회적 자본

세상에 비밀은 없다. 비리와 부정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거악(巨惡)’이 발을 뻗고 잠들지 못하게 하려면 부정과 비리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만한 높은 수준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 기업, 단체 등의 내부통제와 외부감사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급선무다. 사후 약방문식 처방이 아니라 부정과 비리를 미리 감지하고 예방하는 접근방식도 필요하다.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당국의 책임이 막중한 이유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한국경제신문 발간)에서 “투명성과 신뢰가 사회적 자본의 기반이며 그것이야말로 거래비용을 낮추는 등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이 상생의 결과를 낳으려면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체육계와 문화계에서도 ‘사람으로 인한 리크스’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최명수 문화부장 m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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