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며느리들, 안방 나와 경영 내조 나섰다

입력 2014-02-07 09:03   수정 2014-02-07 10:59

[ 강지연 기자 ]

재벌가(家) 며느리들이 안방을 나와 잇따라 '경영 내조'에 나서고 있다.

그간 재벌가 며느리들은 자본시장에서 소외된 존재였다. 그룹 오너의 지분 승계는 대부분 직계 자녀들 위주로 이뤄져왔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며느리가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경우도 매우 드물었다. 최근 재벌가 며느리들이 주식 보유를 통해 '경영 내조'를 시작하는 사례들이 부쩍 늘어났다.

◆ 장바구니에 주식 담는 재벌가 며느리들

가장 활발하게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재벌가 며느리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며느리인 홍미경 몽인아트센터 관장이다. 홍 관장은 지난 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주사인 AK홀딩스 주식 1020주(지분율 0.01%)를 사들였다. 홍 관장이 AK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관장은 1982년 성균관대 미술교육과 재학 시절 같은 대학에 다니던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만나 결혼했다. 2006년부터 장 회장의 남편 고(故)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의 이름을 딴 몽인아트센터의 관장을 맡고 있다. 홍 관장은 유통사업에 관여하며 채 총괄부회장을 '경영 내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애경그룹은 유통 자회사 AK에스앤디의 사업 목적에 예술품·골동품 소매업을 추가했다. 애경의 미술 사업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홍 관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최화식 깨끗한나라 창업주의 며느리인 구미정 씨는 2009년 이후 4년 만에 보유주식을 늘렸다. 구씨는 지난해 깨끗한나라 주식 2만258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7.52%로 높혔다.

구씨의 남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200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분 확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구씨의 이번 주식 매입도 최 회장에게 힘을 보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증여·상속으로 주식 지분 확보

한미약품 며느리들은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빈번하게 주식시장을 오갔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며느리인 홍지윤, 김희준 씨는 2012년 8월 임 회장으로부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그 후 주식 매매, 무상 신주 취득 등을 통해 지분 변동 공시에 이름을 올렸다.

임 회장 며느리들은 2월 현재 각각 한미사이언스 주식 60만2122주(지분율 1.10%)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 맏며느리도 지난해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맏며느리 김소영 씨는 최근 두산중공업 1000주, 두산인프라코어 3000주, 두산건설 1만 주 등을 상속받았다. 이번에 상속 받은 주식은 2억 원(지난 4일 종가 기준) 규모다.

김씨는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의 부인으로 공군 참모총장과 제13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인기 씨의 딸이다.

업계에선 며느리들의 잇따른 주식시장 등장이 재벌가의 결혼 풍속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1세대 재벌가들은 주로 정계쪽과 사돈을 맺었지만 최근 재벌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며 "주식과 회사 경영 등에 대한 이해가 빠른 재벌가 딸들이 이번엔 주식시장에서 며느리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나오고 있는 것도 며느리들의 주식 매입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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