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에 떼인 돈 돌려받기…햇볕이냐, 바람이냐 '격돌'

입력 2014-02-10 21:07  

정부에 조언 vs 소송 압박…헤지펀드 2곳 대결 관심


[ 뉴욕=유창재 기자 ] 13년 만에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가 미국 대형 헤지펀드들의 전쟁터가 됐다. 2001년 디폴트 당시 돈을 떼인 두 곳의 헤지펀드가 더 많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면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자 폴 싱어가 이끄는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최근 미국 연방법원에서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빚을 돌려받기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헤지펀드인 그래머시펀드매니지먼트는 아르헨티나가 국제 자본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조언하며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갈등은 아르헨티나가 2001년 12월 800억달러어치 민간 채무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는 2005년 채권자에게 디폴트 국채 달러당 27센트에 해당하는 새 국채를 발행했다. 새 채권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성장하면 가격이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일부 채권자는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하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엘리엇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전용기 압류를 시도하는 등 몇 년째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화가 난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엘리엇과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달리 그래머시펀드는 2010년 아르헨티나 정부에 할인 국채를 더 발행하라고 조언했다. 이후 아르헨티나가 국제사회에서 평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문해왔다. 일단 ‘헤어커트’(채권 원리금 삭감)를 감수하되 아르헨티나의 경제 성장을 도와 할인 국채 가치를 높이는 타협안을 택한 셈이다.

문제는 엘리엇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2001년 디폴트 국채에 대한 원금을 상환하기 전까지 새 국채에 대한 이자도 지급하지 못하도록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일단 엘리엇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말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하면 아르헨티나는 새 국채에 대해서도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머시펀드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그래머시는 새 국채 이자의 일부를 엘리엇 등 반대 채권자에게 나눠주되 반대 채권자들은 소송을 취하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엘리엇은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제안”이라며 즉각 거절했다.

안나 겔펀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쪽은 협력을 택했고 다른 쪽은 대결을 택했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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