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여권 '빅보이'들의 '통일대박' 이상동몽(異床同夢)

입력 2014-02-11 18:43  


(추가영 정치부 기자) 서청원,김무성,이인제 등 차기 당권도전에 나선 ‘빅보이‘3인이 통일이슈를 꺼내들었다. ‘도둑처럼 찾아올지도 모를' 통일을 이젠 정치어젠다로 삼아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란 화두를 꺼내든후여서 이들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통일이슈 선점경쟁은 ‘박심(朴心·박대통령의 마음)’을 향한 구애성격이 강하다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무성 의원이 ‘통일 대박’이란 대통령 화두에 ‘뒤늦게’ 화답했다. 김 의원이 만든 당내 연구모임 ‘통일경제교실’이 11일 첫 세미나를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 김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는데 통일이 대박이 되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새누리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155명 중 120명이나 이 모임의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이 지난해 4월 재선거로 국회에 복귀한 뒤 처음 만든 ‘근현대사 연구교실’에 이어 100명이 넘는 현역의원이 가입하면서 ‘무대(김무성 대장)’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실히 드러냈다.

그런데 이러한 행보는 ‘원조친박’ 서청원 의원이 ‘통일 대박’에 임하는 자세와 사뭇 다르다. 지난달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서 의원이 “통일”을 큰 목소리로 외치자,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등 나머지 참석자들이 “대박”으로 화답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통일 대박’을 건배사로 ‘헌사’한 것이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도 ‘대박’은 ‘대통령 박근혜’를 줄인말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대표적인 건배사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일이란 어젠다를 꺼내들었지만, 둘의 행보에서는 차이가 크다. 김 의원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통일 모임을 통해 세를 불리고 있지만, 서 의원의 ‘통일'은 오롯이 대통령에 대한 ‘헌사’이다. 서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자들에게 당권과 관련,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대권에 나올 사람은 당권에 나오면 안된다. 당권은 당을 위해 온전히 희생하고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것. ‘자기 정치에 나섰다’는 시선을 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10월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을 선제적으로 결성한 이인제 의원도 최근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계기로 통일이라는 화두가 뜨거워지고 있다"며 ”한반도통일은 역사적 필연이고 실현가능한 의제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통일은 ‘흡수'가 아닌 ‘합류'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며, 통일후 북한주민들의 소득은 급속히 상승해 10년 정도 지나면 남한주민의 소득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이러한 근거로 세계 제일의 투자자문회사 골드만 삭스의 보고서를 제시했다.골드만삭스는 지난해 2050년 통일한국의 국민 1인당 소득은 9만 달러에 육박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 의원은 지난달엔 당권도전을 시사하면서 “남북통일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숙되고 있고 통일의 어마어마한 과제를 감당하려면 새누리당 정권이 1~2차례 더 (집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같은 3명 당권주자들의 ‘다른듯 같은' 통일론에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통일이란 민족의 염원이 ‘박심 마케팅'이나 당권도전을 위한 ‘구호’로 활용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어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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