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맘'보다 역시 한국식 '타이거맘'?

입력 2014-02-12 20:47   수정 2014-02-13 04:38

인사이드 Story - "버릇없는 세대만 키웠다" 스웨덴 교육의 반성

스웨덴 '스칸디맘' 비판서적 출간 후 뜨거운 논쟁
오바마도 "한국부모 교육열 인상적" 수차례 강조



[ 김보라 기자 ]
제멋대로 땋은 빨간 머리에 짝짝이 스타킹을 신은 ‘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이 고향이다. 1945년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손에서 탄생한 뒤 TV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70년 가까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온 캐릭터다. 아홉 살 삐삐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돈이 잔뜩 든 가방을 들고 홀로 자유롭게 살아간다. 소위 ‘문제아’처럼 보이는 삐삐는 당시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상징이었다. 원래 엄격한 규율을 중시하던 스웨덴 교육제도에 사람들이 점차 회의를 갖기 시작하면서 삐삐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이후 스웨덴 교육철학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부모와의 소통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스웨덴식 교육법’이 최근 몇 년 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스웨덴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쥐었나》라는 책이 출간되면서부터다. 이 책의 저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빠인 다비드 에버하르드(사진)는 “북유럽식 부모를 일컫는 ‘스칸디대디, 스칸디맘’이 아이들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버릇없는 세대만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버하르드와 그의 책은 연일 스웨덴 TV 토크쇼와 신문을 장식하면서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칸디대디’라는 표현은 2011년 영국 타임스가 보도한 ‘타이거맘은 잊어라, 스칸디대디가 온다’에서 유래했다. ‘스칸디대디’는 정서적인 공감을 중시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반면 ‘타이거맘’은 엄격한 규칙을 강조하는 호랑이 같은 교육법이 특징이다. ‘타이거맘’을 대표하는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는 회고록 《타이거맘을 위한 군가》에서 자녀 양육법으로 통제와 관리, 엄격한 규칙을 강조했다.

‘스칸디대디’의 나라 스웨덴에서 오히려 ‘타이거맘’식 교육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무조건 따라하기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여러 차례 열정적인 한국 교육을 모범 사례로 꼽은 바 있다.

스웨덴은 대표적인 ‘어린이 중심의 사회’다. 아버지에게 유급 육아휴직을 실시한 최초의 나라다. 부부가 합해서 480일까지 육아휴직을 보장받는다. 어린이 체벌금지법을 도입한 최초의 나라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1979년부터 아동학대 의심 행동을 한 교사, 탁아소 직원, 의료 분야 종사자들을 모두 신고할 수 있게 했다.

스칸디 부모들은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언어 대신 대화를 중시한다. ‘왜 그런가’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서로 타협점을 찾는다. 자녀와의 관계를 평등하게 설정하고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같은 방식은 창의적이고 독립적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전형적인 ‘타이거맘’이 많은 나라 한국에서도 북유럽식 교육 모델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세대를 거칠수록 부작용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학교 교사들의 불만이 가장 많다. 스톡홀름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다마리아 린드로스(31)는 “교실을 정리하라고 하면 ‘상사도 아니면서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고 받아치는 게 대다수”라고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식 교육법이 세대를 거치면서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에버하르드는 “스웨덴 가정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모든 의사결정의 권한을 아이들이 갖는다”며 “TV 프로그램, 저녁식사 메뉴까지 마음대로 고르던 아이들은 성인이 돼도 남을 배려하기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갇힌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를 위한 복지정책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1세 이후 무상보육 등 국가의 육아보조 시스템으로 스웨덴 부모들이 자녀 양육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웨덴 공립학교의 글로벌 경쟁력은 해마다 하락하는 추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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