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세상을 바꾼다] 거울에 표시되는 뉴스 보며 양치질…낯익은 사람 만나면 내 안경에 정보가…

입력 2014-02-17 21:20   수정 2014-02-18 03:54

(1) 2020년 김윤서 씨의 하루

변기가 소변으로 체지방 측정
사무실에선 홀로그램 화상회의
택배는 무인헬기가 수시 배달



[ 전설리 기자 ]
2020년 9월7일 월요일 오전 7시. 직장인 김윤서 씨(37)는 베개에서 들려오는 기분 좋은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일어나 기지개를 켜자 침실 커튼이 저절로 열린다. 손목에 찬 밴드로 커피머신과 토스터기를 작동시킨 뒤 욕실로 갔다. 샤워룸에 들어서는 순간 적당한 온도로 데워진 물이 내려온다. 수온 자동조절 시스템이 사계절과 가족 개개인에 맞춰 알맞은 온도를 찾아준다. 양치질하면서 거울에 표시되는 오늘의 날씨와 일정, 뉴스를 확인했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건강 정보가 거울에 나타난다. 변기가 소변과 체중 체지방 등을 측정 분석해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불과 5~6년 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바꿔놓을 우리의 일상이다.

홀로그램·3D프린터 확산

김씨는 1주일에 두 번 출근한다. IoT 기술 확산에 따라 대부분 기업이 재택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량이 줄어든데다 교통량 자동제어 시스템이 도입돼 출근길 교통지옥은 옛날 얘기가 됐다.

오전 9시 사무실에 도착했다. 집중해서 회의 자료를 살펴보는데 밴드에 ‘회의 10분 전’이란 알람이 뜬다. 손목에 찬 밴드는 반지처럼 항상 차고 다닌다. 모든 사람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일정과 각종 알람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 몸을 움직일 수 없거나 신체에 이상 증상이 있을 땐 신고와 함께 내 위치를 정확하게 전달해준다.

오전 11시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사무실에 있는 동료 직원들과 3차원(3D) 입체영상(홀로그램)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마치 옆에 앉아 회의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회의를 마치려는데 뉴욕에 근무하는 제임스가 생일선물을 보내줬다. 선물은 스마트폰 케이스 3D 프린터 설계도. 제임스는 평소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에게 특별히 부탁해 받은 것이라고 했다. 설계도를 3D 프린터로 보내 출력하니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케이스가 나왔다. 3D 프린터 영향으로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저물고 ‘다품종 개인생산’ 시대가 열렸다. 필요한 물건은 설계도만 있으면 쇼핑몰에 가지 않고도 당장 인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안경·로봇 대중화

오후 1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낯익은 사람과 마주쳤다.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 없다. 스마트 안경이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정지석. 온정보시스템 차장. 2019년 9월10일 저녁 식사.’ 지난해 메모해뒀던 협력사 직원이었다. 반갑게 인사했다.

오후 5시 집에 도착해 로봇 집사를 데리고 집 근처 유기농 마트에 갔다. 지난해 구입한 로봇은 제법 쓸 데가 많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화초를 가꾸는 등 집안일을 도와준다. 구매 목록은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 냉장고가 떨어진 식품을, 세탁기가 세제를 사야 할 때를 알아서 밴드로 전송해준다. 설정을 바꾸면 떨어진 식품이나 물품을 스스로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두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집에 도착하자 로봇은 사온 물품을 정리한 뒤 전기 충전을 하기 시작한다.

오후 7시 반신욕을 마치고 나오자 오전에 주문한 택배가 10분 내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밴드에 표시됐다. 잠시 후 베란다에 작은 무인 헬기 ‘드론’이 나타나 살포시 택배를 내려두고 간다. 하늘에 무인 헬기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지만 헬기 충돌사고는 일어난 적이 없다. 헬기들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해 각기 다른 비행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사온 간단한 요리를 먹으며 집 방범 상태를 최고로 설정했다.

ICT가 모든 산업 근간돼

SF 영화에 나오는 애기가 아니다. ‘IoT 빅뱅’이 바꿔놓을 변화상이다. 세계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빅뱅’을 경험했다. 사람이 망으로 연결된 기기를 찾아 이용하는 시대였다. 다음은 IoT 빅뱅이 올 것이란 전망이다. 사람이 조작하지 않아도 망으로 연결된 기기들이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시대다.

머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IoT 기술 도입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업무가 모두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화두도 IoT였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CEO가 기조 연설자로 나서 IoT가 가져올 변화를 소개했다.

IoT는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통행료가 징수되는 하이패스, 성범죄자의 위치를 관리기관에 수시로 전송하는 전자발찌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IoT 전문가로 꼽히는 김지현 SK플래닛 상무(KAIST 교수)는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변화의 핵심 축은 모든 사물에 컴퓨팅과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되는 것”이라며 “IoT 시대엔 ICT가 0차 산업이자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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