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46년 만에 '제약 1위' 탈환…리베이트 관행 중단이 '특효약' 됐다

입력 2014-02-17 22:02   수정 2014-02-18 04:11

다국적제약사 이름난 약
제휴 판매 확대도 '약발'
업계 첫 매출 1조 기대



[ 김형호 기자 ] 유한양행(사장 김윤섭·사진)이 46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9436억원으로 기존 1위였던 동아쏘시오홀딩스(동아ST·동아제약)를 제쳤다. 동아의 작년 매출은 9264억원이었다. 유한양행의 매출 1위는 1967년 동아제약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46년 만이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정체돼 있는 가운데서도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 78%가 늘어 경쟁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은 “다른 회사보다 앞서 부적절한 리베이트 영업관행을 근절한 게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장님, 시장 다 빼앗깁니다”

2009년 김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리베이트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리베이트를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도입’ 이슈가 한창일 때였다. 김 사장은 “당시 공청회가 열린 국회 안뜰에 ‘리베이트 척결하라’는 시뻘건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엔 간단히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갑작스런 ‘리베이트 중단’ 지시는 영업현장에 혼란을 가져왔다.

김 사장은 “리베이트 관행에 젖어있던 영업맨들이 ‘멘붕’에 빠져들었다”며 “2년 동안 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끊느라 주요 품목 매출이 10~20% 줄어드는 것도 감수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전 영업직원들 앞에서 리베이트 단절 때문에 영업매출이 줄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하루에 20곳 이상의 병원을 방문하는 성의를 보여라”며 ‘발품 영업’을 주문했다. 지난해 유한양행은 영업사원이 병·의원을 가장 많이 방문한 제약사 1위에 올랐다. 최근 2년 동안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영업 때문에 검찰수사와 수십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어도 유한양행은 태풍권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었다.

○정도영업과 오리지널 시너지 효과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외국업체 제품을 많이 판다”는 지적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유한양행의 외국회사 제품 매출은 지난해 약 2500억원. 김 사장은 “이만큼 판매한 것도 영업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약 트윈스타는 유한양행과의 공동 마케팅 덕분에 국내 진출 첫해인 2012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엔 800억원어치나 팔렸다.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도 600억원대 초대형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김 사장은 “리베이트 영업 근절 이후 한동안 제너릭과 복합제를 팔면서 밑바닥을 다졌던 영업력이 신규 오리지널 제품과 결합하자 깜짝 놀랄 정도의 시너지를 냈다”고 분석했다. 리베이트 영업을 꺼리는 다국적 제약사의 유한양행에 대한 ‘러브콜’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김 사장은 “유럽계 대형 제약사가 새로 국내에 들여오는 품목을 함께 판매하자고 제안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제약사 첫 1조 기대

유한양행은 자체 전문의약품(40%), 외자사 도입품목(28%), 원료의약품(14%), 일반의약품(10%), 생활건강용품(8%)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다만 ‘자체 대형 개량신약이 없다’는 꼬리표가 김 사장에게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임상 3상 시험중인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고혈압약 텔미살탄과 자체 보유한 고지혈증 치료제를 하나로 합친 복합제 개량신약이 내년 초께 출시되면 포트폴리오가 한층 좋아질 것”이라며 “올해는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고 유일한 박사가 1926년 설립, 올해 창립 88주년을 맞는 유한양행은 설립자의 유지에 따라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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