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급기밀 군용기도 '민낯' 드러내는 곳,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 가보니…

입력 2014-02-19 14:45  

부품 제작부터 정비·개조 전담하는 항공정비 메카
2015년 연 매출 1조원 기대…대한항공 내 핵심 사업으로 '우뚝'




[ 최유리 기자 ] 지난 18일 미국 공군 F-15 전투기의 정비 작업이 한창인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 창공에서 화려한 위용을 뽐내야 할 F-15는 단단한 갑옷을 벗고 수백 개의 전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놓은 상태였다. 기체 내 모든 전선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리-와이어링(re-wiring) 작업을 위해서다. 사람으로 치면 민낯뿐 아니라 오장육부를 드러낸 것.

외부 공개가 철저히 차단된 군용기의 오장육부를 파헤치는 부산테크센터는 항공기 정비·제작의 메카다. 부품 제작부터 정비, 개조까지 도맡고 있어 항공기의 요람부터 무덤을 책임지는 셈이다.

거대한 항공기의 생애 과정을 보듬어야 하는 만큼 테크센터는 큰 규모를 뽐낸다. 여의도 공원 면적의 3배에 달하는 70만㎡에는 동체를 칠하는 페인트 공장, 정비 공장, 부품 제작 공장, 조립 공장 등이 들어섰다.

정비 공장에서는 항공기 수리와 함께 개조 작업이 이뤄진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용도 자체를 바꾸는 마법도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여객기 좌석을 드러내 짐을 싣는 컨베이어 벨트를 깔고 화물기용 도어로 교체하는 식이다. 정밀한 항공기를 해체한 후 재조립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개조 기술로 꼽힌다.

이재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장은 "대한항공이 2006년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전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독점해왔다"며 "대한항공 항공기를 이들에게 맡기고 검사원들을 보내 어깨 넘어로 배워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확보에서 나아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움직임도 바쁘다. 에어버스사(社)에 공급하는 '샤크렛' 부품 공장이 대표적이다. 샤크렛은 A320 날개 끝에 부착하는 'L'자형 구조물로 항공기의 연비를 절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샤크렛 생산 공장에 들어서면 바닥에 깔린 레일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도입한 자동 흐름 방식의 '오토 무빙 라인'이다. 샤크렛이 라인을 따라 움직이면 기술자들은 각자의 공정을 담당하게 된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기술자들이 옮겨 다니며 작업하는 항공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광경이다.

오토 무빙 라인을 도입한 이후 대한항공은 샤크렛의 생산성을 20~30% 가량 끌어올렸다. 그 덕에 생산량 증대를 요구한 에어버스사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건영 민항기제조공장 사업관리2팀장은 "항공기 연비 절감 경쟁이 치열해지자 양산 후 1년 내 샤크렛의 생산능력을 A320 생산 대수만큼 끌어올려달라고 요구했다"며 "현재 월간 50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과 생산성을 향상시킨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위상은 해마다 높이 비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7642억원을 기록하며 대한항공 전체 매출의 8%를 책임졌다. 최근 5년간 25%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2015년에는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춘 부장은 "유가나 경기 변동에 따라 유동적인 여객기 사업에 비해 항공우주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며 "대한항공 내 핵심 사업부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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