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쟁 신흥시장…어설픈 현지화 전략 설 땅 없다

입력 2014-02-21 06:57  

LGERI 경영노트 - 이진상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jslee@lgeri.com >

인도시장 공략나선 르노차
"싸면 팔리겠지" 막연한 생각에 생산비 줄인 로간 내놨다 실패

개발자들 두 달간 인도 체류…41개 부문 현지화로 성공 거둬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화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인도처럼 급성장하는 신흥시장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지 고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품이 출시돼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어설픈 현지화 제품으로 전락하는 결과다.

2005년 르노는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힌드라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로간(Logan) 모델의 현지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르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로간이 이미 저가였음에도 생산 비용을 15% 더 절감했다. 디자인도 수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현지화된 로간은 인도에서 외면을 당했다. 현지 시장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탓이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완구업체 마텔은 중국 중·상류층 고객들을 공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바비매장 ‘바비스토어’를 열었다. 더불어 검은 눈과 검은 머리, 둥근 얼굴의 현지화 인형 ‘링’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마텔은 3000만달러를 들인 바비스토어를 닫아야만 했다.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로간의 실패를 겪은 르노는 제품 개발자들을 두 달간 인도 현지의 가정에 투숙시켰다. 이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더스터(Duster)를 출시모델로 정했다. 41개 부분에 걸쳐 크고 작은 현지화도 진행했다. 2년간의 준비를 마친 더스터는 2012년 인도 시장에 공개됐고, 이후 1년만에 인도 SUV 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했다.

중국 KFC는 시장조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고객 입맛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길거리에서 주로 사먹는 죽이나 요티아오(중국식 도너츠)를 연구해 아침 식사용 메뉴를 선보였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밥, 오리, 구운 닭 등을 KFC 레시피와 조합해 현지화에 성공했다.

글로벌 기업이 모두 현지화 전략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모바일폰, 지멘스의 가전, 스타벅스의 커피처럼 글로벌 전략으로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결국 현지의 어떤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현지의 다른 대체 제품은 없는지, 경쟁제품과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에 답을 구해야 한다. 그 결과 공략대상이 글로벌 제품을 좋아한다면 굳이 현지화를 강행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결론이 현지화라면 제대로 된 현지화 제품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현지화를 위해서는 우선 현지 고객과 문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본사의 사업관련 담당자들이 직접 외부인 시각에서 현지 고객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문화를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지 직원을 통해 얻는 정보만으로는 자칫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둘째로, 저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신흥 시장이라고 해서 비용에 매몰되다 보면 실패하기 쉽다. 이제는 신흥국에서도 현지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어설픈 현지화 제품들은 앞으로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현지화 전략을 선택한다면 ‘정말 현지화된 제품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진상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jslee@lgeri.com >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