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최신규 회장, 28년 한우물 판 장난감 대통령…"모든 제품은 내 손 거쳐 탄생"

입력 2014-02-21 06:57  

무독성 끈끈이 팔아 사업자금 마련
1986년 손오공 전신인 서울화학 설립

2001년 탑블레이드 팽이 출시
안전한 놀이 문화 전파하며 누적 판매량 2000만개 돌파

시대 변화 맞춰 콘텐츠 융합 노력…2013년 11월 현대車와 카봇 선보여
"아이 눈높이 맞춰 장난감 개발 할 것"



[ 김희경 기자 ] 기업인 탐구 손오공 최신규 회장


1965년 서울 영등포에 살고 있던 한 꼬마 아이는 매일 길바닥에 앉아 돌멩이를 갖고 놀았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그해 가난으로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면서 학교를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가 있을 때 시간 아이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변변한 장난감 하나 갖지 못했던 그는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멩이, 폐지, 폐건전지 등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자신만의 장난감을 탄생시켰다.

국내 1위 완구업체 ‘손오공’을 이끌고 있는 최신규 회장(58)의 어린 시절 얘기다. 최 회장은 현재 국내 완구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주자로 손꼽히며 ‘장난감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장난감 기차 하나 가져보는 게 소원이었던 꼬마 아이는 ‘장난감 회사를 직접 세우겠다’고 생각했고, 그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최 회장은 “완구 사업을 시작한 지 28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 고사리 손으로 장난감을 만들던 그 때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모든 장난감을 개발하고 있다”며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진 게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드는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팽이 2000만개 판매…‘장난감 대통령’ 성장

최 회장은 1986년 손오공의 전신인 서울화학을 설립,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재밌는 요술을 부리는 장난감을 만들고 싶다는 뜻으로 1996년 사명을 손오공으로 바꿨다.

젊은 시절 금은방에서 세공일을 했던 그가 장난감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1983년 우연히 만든 ‘끈끈이’ 덕분이었다. 끈끈이는 유리창에 던지면 달라붙은 뒤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오는 장난감으로 당시 어린이들에게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파리약에 들어가는 성분이 포함돼 유독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최 회장은 8개월간 밤샘 연구를 거듭, 무독성 끈끈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끈끈이는 1000만개 넘게 팔렸고 그는 40억원의 자금을 구했다.

완구 사업을 시작한 그를 ‘장난감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2001년 선보인 팽이 ‘탑블레이드’였다. 탑블레이드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2000만개를 넘어섰다. 관련 매출은 1000억원에 달했다. 이를 개발할 당시 주변에선 컴퓨터 게임 등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 팽이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심한 부분까지 개선하며 팽이 열풍을 일으켰다.

우선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어릴 때 갖고 놀던 일반 팽이는 끈이 길면 옆에서 구경하던 아이들에게 팽이가 날아가기도 해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며 “팽이를 줄로 감아 던지는 대신 발사대를 이용해 돌리는 방식을 개발해 다치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팽이가 부딪힐 때마다 종소리처럼 은은한 소리가 들리도록 만들었다. 그는 “도심에선 시끄러운 소음밖에 들을 수 없는데 아이들이 팽이 놀이를 하면서 좋은 소리를 듣고 소리에 맞춰 리듬도 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엔 ‘최강 탑블레이드’를 출시하며 더욱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최 회장은 “팽이 놀이는 인원이 제한적인데 구경을 하던 아이들도 같이 놀 수 있도록 배틀 형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밖에 국내 최초 합체 변신 로봇 ‘다간’을 비롯해 ‘라젠카’ ‘K캅스’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손오공을 국내 대표 완구업체로 성장시켰다.

○시대 변화에 맞게 변화…융합으로 승부수

손오공의 2012년 매출은 804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침체되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완구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손오공 역시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를 냈다. 작년 3분기에도 매출 124억원에 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시대 변화에 콘텐츠 융합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완구, 애니메이션, 게임 산업을 연동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여명의 연구개발(R&D)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최 회장은 “하나의 캐릭터를 만든 다음 이를 장난감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개발하면 파급효과가 2~3배 더 커질 수 있다”며 “융합 전략으로 침체된 완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유명 외국 게임을 국내에 유통하기도 하고 2002년엔 온라인 게임 개발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뛰어든 탓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최 회장은 “실패를 통해 많은 노하우를 얻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완구 캐릭터를 접목시킨 모바일 게임 등을 적극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과 손잡고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손오공은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싼타페’ ‘그랜저’를 모델로 한 ‘헬로카봇’을 선보였다. 올해 4월엔 헬로카봇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아이들은 부모가 타고 다니는 차를 보며 로봇으로 변신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며 “이를 현실로 만들어주기 위해 실제 차량을 모델로 ‘한국형 트랜스포머’를 구상했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페토 할아버지’의 꿈

손오공이 그동안 내놓은 모든 장난감엔 그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최 회장은 28년간 사업을 하면서 직접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동화 ‘피노키오’에 나오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머리가 새하얀 할아버지가 돼서도 피노키오를 열심히 만드는 열정을 그대로 배우고 싶다”며 “죽을 때까지 장난감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완구 캐릭터를 게임 산업에 접목할 때도 ‘어두운 게임’이 아닌 ‘밝고 착한 게임’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캐릭터끼리 서로 싸우거나 죽이는 방식의 게임이 아니라 건전하게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폭력적인 게임에 많이 노출돼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생각과 좋은 놀이문화를 심어주고 싶다”며 “게임 시장을 공략하되 이런 원칙은 확실히 지키는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직원들이 의도치 않더라도 어른들의 생각으로 장난감을 만드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며 “언제나 아이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철학을 함께 나누며 제2, 제3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올 수 있도록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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