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통신사가 난타전 하는 이유

입력 2014-02-23 20:36   수정 2014-02-24 05:00

차병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


[ 차병석 기자 ] ‘SK텔레콤, 경쟁사 비방 위해 치졸하게 숫자 조작…종잡을 수 없는 휴대폰 보조금 정책, 호갱님(고객을 호구 취급하고 있다는 뜻의 비속어) 양산.’

‘LG유플러스, 통화품질 꼴찌·대규모 통화 장애 등 상품력 열위 고객들도 이미 알아…‘떴다방’에 보조금 대대적 살포해 추락 막는 중.’

통신회사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최근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상대 비방 보도자료의 일부다. 차마 기사로 옮기기 거북할 정도로 험악한 난타전이다. 재계 3, 4위 그룹사들이 주고 받은 공방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호 비방전이 펼쳐진 표면적 배경은 시장점유율 경쟁이다. 두 회사는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모두 마지노선에 걸려 있다.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각각 50.02%, 30.09%, 19.89%였다.

치열한 가격경쟁 봉쇄 당해

2위 KT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여파로 정체돼 있는 사이 3위 LG유플러스가 치고 올라가고, 1위 SK텔레콤은 하락하는 추세다. SK텔레콤은 50% 사수에, LG유플러스는 20%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구나 국내 휴대폰 가입자 시장은 이미 포화다. 점유율을 높이려면 다른 회사 가입자를 뺏어 와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한쪽은 뺏기 위해, 또 다른 쪽은 뺏기지 않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통신 대기업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데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 비방전이 아닌 건전한 경쟁을 봉쇄당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로 경쟁한다. 그러나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가격이든 품질이든 경쟁하기 어렵게 돼 있다. 우선 가격 경쟁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 휴대폰 요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후발 사업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인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1위 회사가 정부 인가(허가)를 받아 요금을 정하면 2, 3위 회사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정부 주도의 가격 담합’과 다름없다. 통신사들이 가입자에게 줄 수 있는 보조금(가격 인하 혜택)도 27만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 이상을 주면 제재를 받는다.

요금인가제 등 폐지해야

품질 경쟁도 쉽지 않다. 통신서비스는 정부가 할당한 주파수를 갖고 사실상 표준화된 기술로 상품을 만든다. 자동차나 TV처럼 품질로 차별적 경쟁우위를 갖는 게 불가능하다.

시장에서 고객을 늘리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경쟁하려는 건 기업의 본능이다. 그런 기업이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핵심 수단인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니 악의에 찬 비방 경쟁만 나오는 건 당연하다.

물론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은 통신사들에도 부담이다. 치열한 가격 경쟁이 허용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당국이 휴대폰 불법 보조금 단속을 강화하면 통신 3사의 주가가 올라가는 역설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사도 이젠 정부의 규제 울타리에 안주해선 안된다. 온실에선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통신사들이 본능대로 맘껏 달릴 수 있게 울타리를 헐고 정글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풀어야 할 첫 빗장이 통신요금 인가제와 보조금 상한 등 가격 규제다. 그럼 자연스럽게 통신사들의 이전투구식 비방전도 잦아들 것이다. 통신사들이 말싸움이 아니라 가격과 서비스로 경쟁하게 해야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다.

차병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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