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라이] 시간을 넘어 우주를 담다…갈릴레이에 바치는 파네라이 주피테리움

입력 2014-02-28 07:01  

[ 임현우 기자 ]
이른바 ‘명품시계’들은 단순히 정확한 시, 분, 초를 표시하는 수준을 뛰어 넘는다. 쉽게 상상하기 힘든 기술로 다양한 이야기를 시계 속에서 풀어낸다. 파네라이가 이탈리아의 천재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에 헌정하는 의미로 제작한 ‘파네라이 주피테리움(Panerai Jupiterium)’은 이 사실을 가장 명쾌하게 입증하는 걸작으로 꼽을 만하다.

파네라이가 지난 18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주요 언론을 초청, 주피테리움을 전시한 자리에 다녀왔다. 싱가포르의 쇼핑거리 오차드 로드에 있는 파네라이 매장 VIP룸에서 모습을 드러낸 주피테리움은 ‘시간을 넘어 우주를 담아낸 시계’라는 점에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파네라이 주피테리움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발명해 1610년 1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목성의 4대 위성을 관측했을 당시 상황을 형상화했다. 갈릴레이의 이 발견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돼 과학사에 중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네라이 주피테리움은 작은 손목시계가 아니다. 폭 75㎝, 높이 86㎝의 유리상자 안에 들어있는 천체시계다. 무게가 110㎏에 달하고 부품은 무려 1532개가 쓰였다. 구체(球體)의 중심에 지구가 놓여있고 그 주위로 해, 달, 목성이 움직이는 구조다. 지구를 한가운데 놓은 것은 당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천동설을 토대로 한 것이다. 구의 표면에는 야광으로 된 별자리가 장식돼 실제 별처럼 빛을 발한다. 밤하늘은 지구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23시간56분을 주기로 자전하도록 설계돼 있다. 목성 주변에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라는 이름이 붙은 네 개의 위성이 돌아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목성엔 실제로는 더 많은 위성이 있지만 굳이 네 개만 재현한 이유는 갈릴레이 때문이다. 그가 1610년 자신의 발명품인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며 처음 발견했던 위성이 이들 네 개였다는 것. 모든 천체는 무브먼트(시계의 핵심 부품인 동력장치)에서 동력을 얻어 24시간 회전한다. 이 시계는 태엽을 감아 작동시킨다. 시계 아래쪽에 있는 큼지막한 태엽을 끝까지 한 번 돌리면 40일 동안 돌아간다.

주피테리움의 아래쪽에는 날짜, 요일, 월, 연도를 표시하는 달력 창이 있다. 2100년까지는 윤년 등을 자동으로 인식해 날짜를 맞추기 때문에 따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 그 아래에는 시, 분, 초 등을 보여주는 대형 시간 창이 있다.

다른 명품시계 브랜드에서도 천체시계를 만든 적은 있지만, 파네라이의 주피테리움이 특별한 이유는 제각각 다른 주기로 도는 모든 천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재현해냈다는 점에서다. 달은 27.32일, 태양은 365.26일 주기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목성은 11.87년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돈다. 목성 위성의 회전 주기도 모두 달라 이오는 1.8일, 유로파는 3.6일, 칼리스토는 7.2일, 가니메데는 16.7일이다. 파네라이는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0년 세 개의 주피테리움을 완성했다. 그 중 하나는 이탈리아 파네라이 본사 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다른 하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박물관에 기증했다. 마지막 하나가 이번에 전시된 작품인데 일반에 공개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레이스 융 파네라이 아시아태평양 홍보책임자는 “파네라이 주피테리움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이런 특별한 천체시계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은 근대 과학의 발달 덕분이고, 그 계기를 만든 갈릴레이는 명품시계 브랜드가 ‘경의’를 표할 만한 대과학자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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