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무슨 낙으로 사세요?'</p> <p>요즘은 모두가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무얼 위해 바쁘게 사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누군가 기자에게 '무슨 낙으로 사는지' 묻는다면, 수줍게 말하고 싶다. '전... 먹는 낙으로 살아요..!'</p> <p>게임톡 창간 2주년을 맞이해 야심차게 먹어(?)보았다. 바쁜 것으로 치자면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울 게임업계 사람들의 '먹는 낙'은 어떤지, 각 게임사 사내 식당에서 먹방을 찍어보았다.
</p> <p>판교에 위치한 게임사 중 사내 식당이 있는 NHN 엔터테인먼트,
게임하이,
엔씨소프트, 넥슨 네 개의 게임사로 선정해보았다. 공정성을 위해 취재를 가는 날은 아침에 310ml 짜리 커피 우유 하나로 12시까지 허기를 꾹 참았다. 메뉴는 랜덤으로, 특별히 순대볶음과 매운 음식은 피했다. 요즘 음식 사진 찍는 대세가 다 먹은 그릇도 찍는 거라고 하길래, 부끄럽지만 빈 그릇도 함께 인증했다.</p> <p>■
NHN엔터테인먼트, '두 그릇 먹었습니다.' </p> <p>날짜: 2014년 1월 27일
메뉴: 2가지 (해물 순두부찌개/ 삼겹살 고추장 덮밥)
원가: 약 8000원
무료</p> <p>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NHN엔터테인먼트다. 다른 게임사 직원들도 입을 모아 'NHN엔터가 그렇게 맛있다더라' 말하기도 했고, 처음 플레이뮤지엄 사내 투어를 할 때 홍보팀이 워낙 자랑을 늘어놓은 탓에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p> <p>
12시 20분쯤 줄을 선 지하식당은 많이 붐비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마린느낌으로 꾸며진 식당은 게임회사답게 활기찬 분위기였다. 메뉴의 선택권은 두 가지. 해물 순두부찌개와 삼겹살 고추장 덮밥의 갈림길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순두부찌개를 택했다.</p> <p>배식구에서는 밥이 '적은 양/보통/많은 양'으로 나눠져 잔반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기자는 수줍게 적은 양을 선택했고, 이는 후에 두 그릇을 먹는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샐러드는 소스가 뿌려져 나왔고, 메추리알 버섯 조림은 탱글탱글했다. 뽀얗고 말캉말캉한 순두부가 담긴 순두부찌개는 홍합과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이 잔뜩 들어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p> <p>여기서 '신의 한 수'는 바로 반찬이었다. 샐러드바처럼 되어 자기가 원하는 반찬을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어 푸짐함을 더했다. 김치와 김, 브로콜리 어묵볶음 그리고 옛날 햄이 있었다. 엄마가 도시락에 싸주던 핑크색 햄에 계란옷을 입혀 케첩에 뿌려먹는 추억에 한 움큼 집어올 수밖에 없었다.
</p> <p>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폭풍 흡입을 시작했다. 남의 회사 식당에서 염치없게 무려 두 그릇이나 먹을 줄은 몰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굳이 맛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해물 순두부찌개는 얼큰했고, 햄은 촉촉했고, 메추리알은 없어서 못 먹었다.</p> <p>
비록 너무나도 배불리 먹은 탓에, 2시부터 식곤증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만큼 든든하게 한 끼를 먹으니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까지 했다. 조미료 맛에 지쳐, 따뜻한 엄마표 핑크색 햄이 먹고 싶을 때 이제는 NHN엔터가 생각날 것 같다.</p> <p>■ 게임하이, '금요일에 만나요' </p> <p>날짜: 2014년 2월 7일
메뉴: 목살 스테이크
원가: 약 6000원
무료 (일부 회사부담 + 직원 복지포인트 차감)</p> <p>'월요일엔 아마 바쁘지 않을까, 화요일도 성급해보이지 안그래, 수요일은 뭔가 어정쩡한 느낌, 목요일은 그냥 내가 싫어. 우~ 이번주 금요일, 우~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딱히 보고 싶은 영화는 없지만, 딱히 먹고 싶은 메뉴는 있네요.'</p> <p>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바로 게임하이다. 특별히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 게임하이 홍보실장님의 페이스북에 항상 자랑샷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저도 맛있는 음식 참 좋아하는데요, 얼마나 맛있는지 제가 직접 먹어보겠습니다!'</p> <p>한 가지 팁을 전하자면, 게임하이는 금요일에 주로 특식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금요일에 맞춰서 찾아갔다. 이날 메뉴는 무려 목살스테이크, 백미밥, 고구마샐러드, 구운 야채, 크림스프, 웨지감자구이, 수제피클, 과일, 팬네 파스타, 양상추 샐러드였다.
</p> <p>배식구에서는 커다란 접시에 차례대로 음식을 담아 주었다. 두꺼운 목살 스테이크 두 덩이에 노릇노릇한 계란 프라이까지 올라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샐러드바에서 파스타와 샐러드도 살뜰하게 챙겨 자리를 잡았다.</p> <p>그리고 본격 먹방을 시작했다. 고기는 언제나 옳다.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쓱쓱 잘라 소스를 듬뿍 묻혀 한입 가득 넣고, 달달한 고구마 샐러드까지 함께 먹으니 왠지 기운이(?) 불끈 솟아나는 것 같았다. 물론 통조림 파인애플까지 고칼로리 음식들이라 기운이 솟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 다이어트 생각 따위 잠시 접어두셔도 좋을 것 같다.
</p> <p>현재 이 식당은 게임하이를 포함해 넥슨 네트웍스와 엔펀 등의 관계사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 덕분에 일할 의욕이 샘솟아 요즘 '캔디코스터 for Kakao'와 '몬몬몬 for Kakao'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p> <p>■ 엔씨소프트, ''베스킨라빈스 31'이 안 부럽다. 골라먹는 재미 '엔씨소프트 11'' </p> <p>날짜: 2014년 2월 18일
메뉴: 6가지 (차돌국수/ 얼큰 해장라면/ 떠먹는 고구마피자/ 순두부찌개/ 쇠고기볶음밥&계란후라이/ 일식돈가스) + 테이크아웃 5가지
원가: 약 5000원
무료</p> <p>교복이 좋은 점은 아침에 뭘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고, 급식이 좋은 이유도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에서는 다르다. 총 11가지의 메뉴로 매일매일 '뭐 먹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p> <p>기자 역시 메뉴판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회사 식당에서는 다소 찾아보기 힘든 떠먹는 고구마피자로 정했다. 엔씨소프트의 식당은 정말 넓었다. 메뉴가 6가지인 만큼, 배식구도 6군데였다. 시크하고 도도한 까만 접시와 함께 식당 분위기는 흡사 백화점의 푸드 코트를 연상케 했다.</p> <p>엔씨소프트 홍보팀 직원은 '일반적으로 식기까지 원가에 포함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식기를 직접 사서 제공해 원가 100% 모두 음식에만 사용된다. 그래서 음식의 질이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p> <p>
일단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한 숟갈을 푹 떠서 한 입 먹어보고 처음 한 질문은 '엔씨소프트는 직원 언제 뽑아요?'였다. 매일 이 정도 퀄리티의 점심이 공짜로 나와준다면, 충분히 엔씨의 큰 일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가 모두 식재료에 사용된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고급스러운 감칠맛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p> <p>쭉쭉 늘어나는 치즈와 아낌없이 들어간 달달한 고구마와 신선한 브로콜리가 만나 느끼함을 없애주면서 알록달록한 색깔로 입맛을 돋우었다.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시원한 맥주 한잔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점심식사였다. 물론 술은 아쉽게도(당연히) 없었다.
</p> <p>엔씨소프트 사옥의 위치는 다른 게임사와 달리 다소 동떨어져있다. 판교인들이 주로 점심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H스퀘어까지 걸어가기도 애매하고, 주변에 딱히 음식점이라고 할 만한 건물이 없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p> <p>'엔씨소프트 사람들은 뭐 맛있는 음식 좀 먹으려면 멀리 걸어나가야 하니 귀찮겠다. 어쩔 수 없이 식당이 답이네'라고 생각했는데, 짧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직접 먹어보니 '어쩔 수 없이 식당이 답'이 아니라, '식당이 정답'이었다.
■ 넥슨, '어서 빨리 구첩반상을 차려 달라넥!'</p> <p>날짜: 2014년 2월 25일
메뉴: 4가지 (소고기 오이볶음/ 목살스테이크샐러드/ 돼지고기김치찌개/ 해물야끼우동)
원가: 약 6000원
무료 (일부 회사부담 + 직원 복지포인트 차감)</p> <p>요즘은 귀차니즘이 심해져서, 휴일에 혼자 밥을 먹게 되면 그냥 밥에 계란프라이 하나 올려 간장과 참기름에 쓱쓱 비벼서 신김치만 덜렁 꺼내 먹곤 한다. 물론 이것도 나름대로 맛있긴 하지만, 가끔은 한상 가득 푸짐한 구첩반상이 그리울 때도 있다.</p> <p>그래서 넥슨을 갔다. 넥슨은 아무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사이니, 점심식사만큼은 믿고 먹을 수 있겠지 했는데, 예상은 적중했다. 사실 워낙에 육식 체질이라 목살스테이크와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조금 끌렸지만, 메뉴의 다양성과 건강을 위해 소고기 오이볶음과 해물야끼우동을 주문해보았다.</p> <p>
식판을 받으러 가서는 깜짝 놀랐다. 식판에 반찬을 놓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푸짐했기 때문이다. 버섯영양밥에 아욱국, 소고기오이볶음, 두부계란찜, 해초무침, 백김치, 방울토마토에 샐러드와 잘 익은 신김치까지. 워낙 팔이 연약한(?) 탓인지 식판이 묵직해 손이 살짝 후들거렸지만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p> <p>
버섯영양밥에 양념간장을 고슬고슬 뿌려 김치를 한 조각 올리고, 소고기볶음도 한 점 입에 넣어보았다. 건강하면서도 정갈한 맛이 느껴졌다. 계란찜은 포들포들했고, 백김치는 아삭아삭했고, 아욱국은 개운개운했다. 그리고 특히 톡 쏘는 신김치는 일품이었다. 사내 식당에서 김치가 맛있기는 쉽지 않은데, 살짝 놀랄 정도였다.</p> <p>
함께 에피타이저로(?) 먹기 위한 해물야끼우동 역시 오동통한 면발에 푸짐한 해물의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궈주어 소고기오이볶음을 싹 비울 수 있었다. 함께 나온 튀김은 조금 눅눅했지만, 묵직한 튀김 본연의 임무는 충분히 수행했다.</p> <p>
함께 식사를 한 넥슨 홍보팀 대리는 1년째 다이어트 중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회사에 먹을거리가 너무 많아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한다며, '다이어트는 여자의 평생 숙제'라며 명언을 전하기도 했다. 확실히 밥이 너무 잘나오니,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이라면 힘들 것 같다.</p> <p>
물론 폭풍 흡입을 한 후, 3층의 넥다(넥슨 다방)로 올라가 갓 나온 바삭바삭 크림 소보로빵을 보고, 입가심을 해야하지 않겠냐며 냉큼 집어든 여자들의 나약한 의지도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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