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창간 2주년 판교] 두 개의 'A'가 뜬다

입력 2014-03-03 01:47   수정 2014-03-0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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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전 만해도 '판교'는 그저 톨게이트로 지나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 판교에는 여러 닉네임이 붙었다.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사들이 집결되어 있는 '게임의 도시'이기도 하고, 값비싼 땅값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와 형편없는 교통편으로 '허세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p> <p>세상 사람들의 입길이 어떠든지 일주일에 많게는 3일 이상 판교를 찾아가는 기자로서는 항상 판교를 만난다. 하나 아닌 '두 얼굴의 판교'를 말이다.</p> <p>
생뚱하는 말이겠지만 판교에는 '두 개의 A'가 있다. 하나는 판교역 1번 출구로 걸어 나와 467 걸음 쭉 직진하면 광활하게 펼쳐지는 게임도시로 들어가는 A모양의 다리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번 출구로 나와 178걸음을 걷고 좌회전을 해서 212 걸음을 가면 장대하게 서있는 '아브뉴프랑'의 상징인 에펠탑의 A다.</p> <p>■ '아브뉴프랑은 30대 애기엄마-판교 테크노벨리는 40대 가장' </p> <p>'아브뉴프랑'은 판교에 위치한 유럽형 스트리트 쇼핑몰이다. 고급 음식점부터 옷, 가방, 미용실, 카페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판교 테크노벨리에만 있던 사람은, 이곳에 와서 눈이 휘둥그레해 질수밖에 없다. 불과 걸음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아는 사람은 진정코 판교 사람이다.</p> <p>건물을 성별에 따라 나누는 것은 조금 유치하지만 굳이 나눠서 비유를 하자면 아브뉴프랑은 30대 애기엄마이고 테크노벨리는 40대 가장이라는 느낌이다.</p> <p>
우선 아브뉴프랑은 철저히, 대놓고, 완벽하게 여성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음식점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해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보다는 여유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들여 먹는 스테이크, 파스타 등 여성 취향이다.</p> <p>한 게임사의 홍보팀 직원은 '아브뉴프랑은 점심시간에 오면 차를 댈 수가 없다. 아줌마들이 바글바글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브뉴프랑 안에서 사람이 많은 곳은 비싼 곳들뿐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거나 프랜차이즈라 다른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무리 점심시간이라도 휑하다'고 말하기도 했다.</p> <p>반면 테크노벨리의 중심부인 H스퀘어의 경우 완전 다르다. 물론 파스타나 피자 등의 음식점도 있지만 순댓국, 비빔밥, 우동 등의 간단한 음식들을 훨씬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성 취향이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짧은 점심시간 안에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 취향이다.
</p> <p>판교의 게임사 직원인 C대리는 '점심시간에 H스퀘어는 바글바글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가운데에 위치한 H스퀘어를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쪽에서부터 오른쪽에 있는 NHN엔터테인먼트쪽 사람들까지 모두 이곳으로 온다. 여기밖에 식당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한다.</p> <p>■ '1만원 짜리 사과 '디저트 카페'와 1리터짜리 커피 '카페인 충전소'' </p> <p>그렇다면 식사 후 입가심으로 마시는 커피를 파는 커피숍은 어떨까? 이 역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p> <p>아브뉴프랑에서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버렸다. 신기하게도 사과 위에 초콜릿 등을 덮어 달콤하게 만든 디저트였는데, 사과 하나의 가격은 만원이었다. 명함만한 초콜릿이 3000원이 훌쩍 넘었다. 그곳은 커피를 위한 카페가 아니라, 디저트를 위한 제 2의 식당이었다.</p> <p>
그렇다면 판교 테크노밸리는? 물론 놀라울 만큼 카페가 많다. '누가 이 커피를 다 마실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고작은 카페들이 건물 사이로 촘촘하게 들어차있다. 가격이 특별히 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특색있는 카페들이 다종다양하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1L짜리 커피를 파는 곳이었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커피를 위한 카페가 아니라, 카페인 충전을 위한 주유소였다.</p> <p>
가게들의 간판은? 아브뉴프랑의 간판은 하나같이 가게들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하게 꾸며놓았다. 어떤 가게는 여성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문밖까지 자전거를 두고, 아이 옷을 파는 곳은 인형 등으로 세심하게 꾸며놓기도 했다.</p> <p>
판교 테크노벨리의 간판들은 실용성과 정직함의 극치다. 간판을 위한 간판을 달아두었기 때문이다. 똑같이 동그란 간판에 이름만 다르게 표기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아브뉴프랑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p> <p>
아브뉴프랑과 판교 테크노밸리의 공통점도 있다. 두 곳 모두 밤이 되어도 불이 환하다는 것이다. 아브뉴프랑은 저녁 8시가 훌쩍 넘어서도 가게의 불이 환하다. 아름답게 꾸며놓은 커다란 트리에도 불빛이 환하고, 가게마다 색색의 조명이 밝다.</p> <p>
판교 테크노밸리 역시 눈부시다. 밤 10시 반이 넘어서도 커다란 건물에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엔씨소프트도, NHN 엔터테인먼트도, 네오위즈게임즈도, 넥슨도 사옥 전체가 환하게 불이 켜져 꺼질 줄 모른다.</p> <p>■ 유모차와 아기 옷, 셀카 vs 삼선 슬리퍼와 사원증, 담배</p> <p>두 개의 A에서 각각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 세 가지는 무엇일까?</p> <p>우선 아브뉴프랑에서는 유모차와 아기 옷, 셀프카메라를 찍는 엄마들을 말할 수 있다. 아브뉴프랑을 거닐며 유모차를 밀고 쇼핑을 즐기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옷가게는 기본적으로 대부분 아기 옷과 엄마 옷을 함께 판매하는 형태이다.
</p> <p>여기에 삼삼오오 카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셀프 카메라를 찍고, 아브뉴프랑을 걸으면서도 셀프 카메라를 찍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p> <p>역설적으로 이 세 가지는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레어(희귀) 아이템이기도 하다. 대신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는 삼선 슬리퍼와 누구나 목에 하나쯤 걸고 있는 사워증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대다수라는 의미는 아니다) 남자들이 흔하다.</p> <p>H스퀘어 앞으로 나가면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삼선 슬리퍼 풍년이다. 편의점을 가거나 가벼운 외출해도 회사 내에서 편안하게 신고 있는 삼선 슬리퍼를 그냥 신고 나온다.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밸리사람들은 목에 사원증을 걸고 있다. 회사에 들어갈 때 찍는 카드다. 사원증은 몸의 일부분과 같아, 걸고 있는 것을 퇴근에서야 존재를 알아챈다.</p> <p>웹젠이 사옥을 옮기고 처음 찾아가던 날, 길을 헤매던 기자의 눈앞에 빨간색 W라고 쓰여있는 카드를 목에 걸고 있던 직원이 지나가 덥석 손을 잡고 '웹젠이 어디인가요?'라고 물어본 적 있다. 이에 그 사람은 깜짝 놀라며 '제가 웹젠 직원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라며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p> <p>판교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강남으로 미팅을 올 때, 사원증을 그대로 걸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카카오 관계자가 사무실 근처로 찾아와 내려가니 사원증을 그대로 걸고 있었다. 그런데 카카오의 카드는 다른 곳과 달리 특이해서 '카카오는 사원증이 귀엽네요'라고 말하자 깜짝 놀라며 '아, 걸고 있는 줄 몰랐네요'라며 다급히 빼기도 했다.</p> <p>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는 남성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을 수 있다. 특히 아침 9시 반에서 10시, 점심시간 이후가 가장 많다.</p> <p>■ '허세의 도시' 혹은 '게임의 도시' 판교? 아직 판교는 미완성 단계</p> <p>지금도 분당의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날마다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아브뉴프랑 인근은 곧 쇼핑의 메카로 급속히 변할 예정이다. 현재 열심히 공사가 진행 중인 판교역 2, 3번 출구 앞에는 2015년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선다.
</p> <p>판교 테크노밸리도 이미 '메카'가 되었다. 바로 게임사의 천국이다. 현재 35개(2014년 1월 20일 기준)의 3만명의 크고 작은 게임사들이 입주해있다. 그것도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아 당분간은 이사행렬이 이어질 것이다.</p> <p>(스튜디오캔지, 콘컴, 페퍼콘, 누믹스미디어웍스, 모바캐스트코리아, 태울엔터테인먼트, 아프리카TV, 카봇엔터테인먼트, 모모, 넥슨코리아, 넥슨네트웍스, 게임하이, 넥스토릭, 띵소프트, 플레이위드게임즈, 네온스튜디오, 넥슨파트너즈센터, NHN 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액션스퀘어, 에스앤티플레이, 썸에이지, 넵튠, 레이드몹, 에스지인터넷, 스마일게이트, 엔트리브소프트, 스카이조아소프트, 엑스엘게임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웹젠, 알피지팩토리, 팜플, 블루홀 스튜디오, 모라코)</p> <p>
어떤 이는 판교를 '허세의 도시'라고 했다. 서울 강남과 분당의 새 고급주택을 구하는 부유층이 몰려들어서 일순간에 '아브뉴프랑'으로 상징되는 부자도시가 되었다. 이는 테크노밸리 회사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 이사온 입주민들의 얘기라는 것이다.</p> <p>테크노밸리 회사원들의 처지에서 보면 판교는 날마다 땅값은 치솟고, 물가도 싸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과 교통불편이 감소될 조짐이 없다. 특히 비행구역이라서 헬리콥터와 비행기 소음까지가 가득차다. 계획되어 있는 도시이라는데 여유가 빠진 비인가적인 느낌의 밸리다.</p> <p>이처럼 테크노밸리와 입주민의 두 얼굴은 두 가지 'A'로 확 달라진다. 그렇지만 판교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도시'다. 게임사들은 판교로 모여들어 둥지를 틀고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꾼다.</p> <p>비록 테크노밸리와 아브뉴프랑이 물과 기름처럼 쉽게 뒤섞이지 못하더라도 미래는 단정할 수없다. 아직까지도 아브뉴프랑 근처를 포함해 테크노밸리는 판교 곳곳은 미래를 위하여 공사가 진행중이다. 판교는 아직까지 미완성 단계이기 때문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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