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달라도 간 이식 가능…생존율 美 앞질러

입력 2014-03-08 03:10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장기이식 수술 어디까지 왔나

항체 걸러내 거부반응 차단…재발 막는 약물 치료법 개발
고령·신생아도 수술 가능…신장·췌장 동시에 이식도



[ 이준혁 기자 ]
키 183㎝, 몸무게 85㎏인 말기 간경화 환자 황모씨(56)는 지난달 아들과 동생의 간을 조금씩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체격이 큰 탓에 한 명의 간만 이식받아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수술 후 황씨는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죽었을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체격이 큰 공여자를 기다리지 않고도 간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국내 장기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혈액형이 A형인 사람과 B형인 사람의 간을 떼어 O형인 사람에게 줄 수 있다. 지난해 79세 만성신부전 환자가 국내 최고령 신장이식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생후 4개월 신생아에게도 간이식이 이뤄졌다. 요즘엔 신장을 세 번째 재이식하는 수술을 하면서 췌장을 동시 이식하고, 폐와 심장을 함께 이식하기도 한다. 윤영철 인천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을 통해 국내에서 이뤄지는 첨단 장기이식 기법을 알아봤다.

간이식해도 B형간염 재발 없어

전체 이식의 10~15%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간에 이뤄진다. 수술 2주 전부터 ‘혈액형이 다른 장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윤 센터장은 “최근에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받아도 혈액형이 같은 사람의 간을 받을 때와 5년 보존율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간이식을 받고 나서 간 질환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약물치료 요법이 개발되고 있다. 간이식을 받은 B형간염 환자 196명에게 항바이러스제를 복용시켰더니 2년 동안 한 명도 간염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국내 병원의 연구 결과가 아시아이식학회에서 발표된 적도 있다. 공여자의 간은 복강경으로 떼어낼 수도 있다.

혈액형 달라도 신장이식 가능

신장은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만성신부전은 3개월 이상 신장이 손상돼 있거나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1년 4만6000명에서 2011년 11만3000명으로 10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는 13만7000명이 만성신부전 치료를 받았다.

만성신부전의 3대 발병요인은 당뇨, 고혈압, 사구체신염이다. 윤 센터장은 “노령 인구 증가와 짜게 먹는 식생활, 육식 증가 등이 함께 작용해 신부전증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만성신부전을 앓게 되더라도 요즘엔 투석보다 신장이식을 받는 사례가 많다. 일단 신장 기능이 종전보다 15% 이상 떨어지면 이식 대상이다.

과거에는 65세를 넘기거나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신장을 이식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능해졌다. 혈액형이 안 맞아도 이식한다. 한국에서 이식한 신장의 1년, 5년, 10년 생존율은 각각 97.8%, 93.6%, 88.6%로 미국보다 높다.

윤 센터장은 “혈액형이 다른 경우 예전에는 체내 면역 시스템이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비장을 떼어냈지만, 요즘은 리툭시맵이라는 면역조절약제를 투입해 비장을 보존하면서 우수한 이식 성공률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폐이식, 뇌사자 장기만 허용

폐이식은 국내에서는 뇌사자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생체 폐이식도 한다. 생체 폐이식은 공여자 2명의 한쪽 폐 20% 정도를 떼어내는데, 이식 가능한 부분이 한정돼 있어 폐 기능은 떨어진다.

윤 센터장은 “뇌사자 폐가 모자라기 때문에 한국도 생체 폐이식이 필요하다”며 “다만 폐 기증자의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등에서는 5~6년 전부터 뇌사자가 아닌 심장정지 사망자 폐도 쓰는데, 1년 생존율이 뇌사자 이식과 비슷하다. 한국에선 아직 이 연구가 시작단계이지만 5년 안에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윤영철 인천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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