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강연료 시장

입력 2014-03-11 20:32   수정 2014-03-12 04:0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늘 원수처럼 으르렁대던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인 2008년 고액 강연회에서 다시 한 번 격돌했다. 양측은 섭외 단계부터 눈치싸움을 벌이며 온갖 신경전을 펼쳤다. 결국 둘의 강연료는 똑같이 2억원으로 결정됐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가 치유된다’는 격언은 그렇게 ‘돈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몸값은 갈수록 뛰었다. 클린턴은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45분 강연에 50만달러(약 5억3000만원)를 받아 분당 1200만원의 기록을 세웠다. 전직 국무장관에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도 20만달러 이상을 받으니 부부가 ‘강연 갑부’ 소리를 들을 만하다. 강연료 최고 기록은 레이건이 25년 전에 세운 100만달러(약 10억6000만원)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2009년 시간당 56만달러(약 6억원)를 받았다.

지난주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40분 강연에 25만달러(약 2억6700만원)를 챙겨 화제를 모았다. 1분에 6250달러(약 670만원)꼴로 첫 강연에 작년 연봉(19만9700달러)을 거뜬히 넘긴 것이다. 내친김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와 미국 휴스턴까지 세 곳을 돌았으니 1주일 새 75만달러(약 8억원)를 벌었다.

정계는 ‘급’이 높을수록, 재계는 돈이 많을수록 몸값이 비싸진다. 워런 버핏 같은 억만장자들은 1회 강연에 수십억원씩 받는다. 재작년 ‘버핏과의 점심’ 가격은 346만달러(약 36억8000만원)였다. 전액을 기부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도 150만달러(약 15억9000만원)를 웃돈다. 정치 거물들이 한국에 올 때는 더 많은 강연료를 요구한다. 간판급 인사를 서로 모시려는 출혈경쟁 탓이다. 청중이 세계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고액 강연자가 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직 ‘착한 값’이다. 대부분 100만~300만원이고 특A급이 500만원 선이다. 물론 최고경영자(CEO)나 재테크 관련 모임에선 1000만원 이상으로 치솟기도 한다. 인기 강사로는 이어령 김동길 유홍준 씨 등 입심 좋은 교수들과 베스트셀러 저자, 아줌마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왕년의 톱 탤런트 엄앵란 등이 꼽힌다.

이들이 돈만 보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강연료가 아무리 후해도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료로 무대에 서기도 한다. 이른바 ‘지식 기부’도 많다. 단순한 정보보다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곧 ‘골든 마우스(golden mouth·최고 인기 강사)’다. 지혜는 그렇게 돈으로 환산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