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전문점 지각변동 '김 빠진' 대형 맥주점…'스몰비어'서 한잔 어때?

입력 2014-03-24 07:00  

Small Biz 성공 자영업 길라잡이 - 창업 뉴 트렌드

가격 저렴하고 인테리어 깔끔
퇴근길 1~2시간 즐기기 적당
안주 등 차별화해야 성공



[ 강창동 기자 ]
서울 이태원 해밀턴호텔 맞은편 도로변을 따라 200m를 내려가면 왼쪽에 전면 유리창이 2m에 불과한 맥주점이 눈에 띈다. 간판에는 ‘스마초비어’란 상호가 적혀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국 LA의 멕시칸 거리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1일 오후 5시께 찾아간 이 가게 안에는 아가씨 세 명이서 맥주와 칵테일, 안주를 시켜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손님 주아름 씨(29)는 “매장 분위기가 이색적인데다, 장년층보다는 2030세대 여성들이 많이 오는 매장이어서 1주일에 2~3회 퇴근 후에 들렀다 간다”고 말했다.

◆창업시장에 불고 있는 스몰비어 열풍

맥주전문점은 1990년대에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개인들이 하는 독립적인 맥주전문점이 대부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상권입지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세는 바뀌었다. 명예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주점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났다. 와바, 쪼끼쪼끼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지난해부터 맥주전문점 시장에는 스몰비어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경기불황과 소비 침체, 창업시장 위축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165㎡ 이상 대형 맥주점들의 매출곡선이 하향 추세로 돌아섰고 예비창업자들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스몰비어가 고개를 든 배경이다.

스몰비어는 점포크기가 33~66㎡로 500㏄ 생맥주 한 잔에 2500원, 안주 한접시 5000~1만원을 받는 실속형 맥주점이다. 친구나 직장동료 한두 명이 퇴근길에 잠깐 들러 1~2시간을 즐기고 가기에 적당한 맥주점이다. 동네상권의 허름한 치킨호프집처럼 싸구려 분위기가 아니고, 혼자서 찾기에도 어색하지 않은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스몰비어는 최근 2년간 창업시장의 주도주로 떠올랐다”면서 “과거 맥주점 창업자들은 투자금을 올인해 대형 점포를 운영하고 싶어했지만 최근에는 1억원 이하의 소자본으로 창업해 생활비만 벌어가자는 분위기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스몰비어 성공 열쇠는 차별화

‘스마초비어’를 창업한 김지안 사장(34·여)도 창업시장에서 거품이 꺼지는 경향을 간파, 과감히 업종을 전환한 경우다. 그는 서울 이태원에서 4년 이상 등갈비집 등 여러 종류의 음식점을 운영했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차별화가 만만찮은 음식점 업종을 지속할지 고민하다 스몰비어를 열기로 결심했다. 그는 다른 스몰비어와 차별화에 승부를 걸기로 하고 미국 LA로 날아가 멕시칸 가게들을 집중적으로 돌아봤다. 몇달간 연구 끝에 매장 콘셉트가 잡혔다. 멕시칸 음식과 스몰비어 트렌드를 접목한 맥주점을 만들겠다는 것.

드디어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맥주점의 비수기인 겨울을 지내면서도 한 달 매출 3500만원, 순익 1200만원 정도를 꼬박꼬박 올리고 있다. 매장 크기는 주방을 포함, 50㎡(약 15평). 이 가게의 경쟁력은 멕시칸 안주와 스쿠너 칵테일이다. 대부분 스몰비어들이 맥주와 안주에 특색이 없다는 점에 착안, 술과 안주에 남다른 포인트를 줬다. 독특한 칵테일이지만 가격은 1만원 이하다. 보통 1인당 지출액(객단가)이 1만5000원 이하여서 고객들은 가격 부담이 없는 편이라고 김 사장은 전했다.

스몰비어를 표방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봉구비어, 용9비어, 청춘싸롱 등 10여개에 달한다. 지난 20~22일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참가한 주점 브랜드 중 80% 이상이 스몰비어 브랜드일 정도다. 스몰비어는 창업비가 5000만원 이하(점포비 제외)로 비교적 저렴해 창업자들에게도 부담이 작은 아이템이다. 동네상권에서도 먹힐 수 있어 상권입지 선정도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약점과 한계성도 지니고 있다. 가장 큰 약점은 수익성이다. 단조로운 메뉴 구성과 낮은 객단가는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술과 안주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강 교수는 “스몰비어 열풍이 분다고 해서 개점하면 절로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며 기존 스몰비어의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성공의 문턱에 다가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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