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집 펴낸 '6共 황태자' 박철언 변호사 "4년째 병상에 계신 어머니 얘기, 꼭 하고 싶었다"

입력 2014-03-27 21:17   수정 2014-03-28 05:06

정치, 돌이켜 보니 진흙탕같은 삶
무료 상담 통해 사회 진 빚 갚아
시집으로 수차례 문단서 수상



[ 박재민 기자 ] “지금 여문 것은 한때 긴 고통의 강을 건너온 것이라고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72·사진)은 이달 펴낸 자신의 세 번째 시집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에서 이렇게 썼다. 본인의 과거를 바람으로 비유했듯 풍파 많았던 정치인생에 대한 회한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 자아 성찰 등의 내용이 시집에 담겼다.

“시를 통해 제 삶의 굴곡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격동에 휘말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어요. 성공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글을 쓰며 돌이켜 보니 부질없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27일에 만난 박 전 장관은 자신이 쓴 시의 여러 구절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0년 정계를 은퇴한 그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건 대부분 시인으로서다. 이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로 문단에서 수차례 수상했다. 그는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며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작가 고 전혜린 씨와 한때 ‘독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문학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를 짓는 감성은 감정이 풍부한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 유학 후 사업으로 성공한 아버지는 반대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이었습니다.” 그의 모친은 올해 99세로 4년 동안 입원 중이라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나의 어머니’를 포함해 모성을 주제로 한 시가 여러 편 들어 있다. 그는 “살아계실 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집에 어머니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왜 정치를 안 하고 시를 쓰느냐는 질문에 “사랑을 베풀고 싶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는 과거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리던 시절 북한을 42번 오가며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정권의 실세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으로 끝없이 올라갈 줄만 알았던 그의 삶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민자당 후계자 다툼에서 밀린 뒤 하염없는 내리막이었다. 1993년 터진 슬롯머신 사건은 그의 정치 인생을 종결짓는 사형선고였다. 그는 “진흙탕 같은 삶이었다”고 회고했다. “사회에 진 빚이 너무 많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는 그는 현재 무료 변호상담을 통해 이런 마음을 삶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아도 지금이 행복하다는 그에게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잠들면 언젠가 말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박재민 기자 indueti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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