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퇴자·빈민가 출신서 억만장자 된 '제2 저커버그'들

입력 2014-03-31 20:57  

인사이드 스토리


[ 김보라/김순신 기자 ]

지난 25일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기기 제작사 ‘오큘러스’를 23억달러(약 2조4674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 팔머 러키는 21세의 나이로 창업 20개월 만에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나이보다 더 주목받은 사실이 있다. 그가 청소년기에 심각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탓에 정규 교육과정을 받은 적이 없고, 대학도 중퇴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요즘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 중 상당수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처럼 대학을 중퇴했거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지 않았다”며 억만장자가 된 ‘IT 괴짜’들을 소개했다.

러키는 15세 때 지역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부모와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다. 그는 “집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공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관심은 온통 다른 데 있었다. 휴대폰과 컴퓨터 수리, 요트 정비 등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가상현실 고글을 사 모으고 개조했다. 1000달러 수준인 기존 제품보다 더 저렴하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그는 19세 때 창업을 결정하고 대학을 과감히 중퇴했다.

러키는 “대학은 언제나 돌아갈 수 있지만 창업은 지금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오큘러스 리프트’는 세계 최대 게임쇼 E3에서 저렴한 가격(299달러)과 뛰어난 성능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2년 벤처캐피털 킥스타터에서 240만달러 투자를 받으면서 그의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오큘러스보다 한 달 앞서 페이스북 품에 안긴 ‘와츠앱’의 공동창업자 얀 쿰의 사연은 더 드라마틱하다. 쿰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외곽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집 화장실이 너무 낡아 기온이 영하 20도로 떨어지는 한겨울엔 물이 나오는 근처 공중화장실을 써야 했다. 16세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가난은 이어졌다.

저소득층 생활보조금을 받던 그의 아버지는 1997년 사망했고, 베이비시터로 일하던 어머니는 200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새너제이주립대에 다닐 때 독학으로 익힌 컴퓨터 기술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회사에서 당시 야후 직원이던 브라이언 액턴을 만났다. 대학을 포기하고 야후로 향한 그는 7년간 액턴과 함께 일하다가 2009년 함께 퇴사해 와츠앱을 만들었다.

와츠앱은 5년 만에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 스카이프, 지메일 등을 제치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 달 평균 실이용자 4억5000만명. 하루에 100만명씩 사용자가 늘고 있다. 페이스북은 와츠앱 인수에 190억달러(약 20조원)를 썼다. 구글이 2011년 모토로라 인수에 쓴 돈(125억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사들일 때 쓴 돈(72억달러)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야후가 11억달러(약 1조2300억원)에 인수한 마이크로 블로깅업체 ‘텀블러’의 창업주 데이비드 카프는 미국 맨해튼에서 태어나 15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3년간 홈스쿨링을 거쳐 창업에 뛰어들었다. 친구들이 대학에 갈 때 그는 ‘프로덕트 오브 어반베이비’라는 회사의 대표가 됐고, 2006년 시넷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 매각 자금으로 세운 회사 중 하나가 텀블러다.

이 밖에 브라이트닷컴, 소셜아우어 등 2개의 스타트업을 각각 링크트인과 플레이폰에 매각해 28세에 억만장자가 된 에두아르도 비바스도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 27세에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인 아라시 페르도시 드롭박스 창업자는 2007년 창업을 위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을 중퇴했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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