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 기자] 손가락질 대신 인기를 얻는 악역배우들이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욕을 내뱉으면서도 불온전한 행동들이 미지근해지면 갈증을 낸다. 흥미로운 건 요즘 이 악역들이 얻고 있는 인기인데 주인공들의 해피엔딩 스토리에 장애물이 될 법해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들의 존재감의 무게를 느끼며 필요로 한다.
이제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정웅인을 빠트리면 안 될 듯싶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민준국과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의 염병수는 악역 연기에 자신만의 영역을 설정하며 일약 ‘악역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연쇄살인범 민준국을 연기한 정웅인의 섬뜩한 눈빛 연기는 광기 그 이상을 보여줬다.
사실 그는 코믹물에서 잘 먹히는 배우였다. 스스로가 국한 된 이미지를 깨어 보고자 민준국에 이어 염병수를 선택했고 새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을 통해 냉혈한 성격의 박영태로 다시 한 번 더 악역 캐릭터에 도전한다. 잘 만 소화해 준다면 코미디부터 스릴러 캐릭터까지 어떤 역할에도 어울리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선하고 다정다감한 이미지의 배우가 서늘한 악역을 연기할 때 그 충격은 두 배가 되는 법.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 연출 신경수)의 장현성은 두 얼굴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말에는 아빠 장현성으로, 주중에는 경호실장 함봉수로. 총을 맞으며 죽음으로 퇴장했지만 그 여운과 존재감은 주연 못지않았다.
물론 극중 반영되는 함봉수라는 캐릭터가 입체적이여 그랬을 수 있겠다만, 장현성이라는 한 인물이 아빠와 악역이라는 두 캐릭터로 동시에 대중과 마주했을 때, 그 대조감에서 오는 혼란스러움과 스릴은 시청자가 온전히 느끼며 악역의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는 효과를 낳았다.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악역을 조커라 칭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로는 강성진으로 떠올려도 될까. 그는 악역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지녔다.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에서 장애인교사였지만 알고 보니 연쇄살인범인 차봉섭 역을 맡았던 강성진은 교차되는 두 역할 속에서 날카롭고 퍽퍽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의 간담에 벌레가 기는 듯한 오싹함을 느끼게 했다.
악행이 거듭되고,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며, 그 말미에는 결국 비극이라는 최후를 맞게 되는 조연이자 악역일지라도 극에 두툼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는 이들이야 말로 신 스틸러라 불러 마땅할 듯.
대중들 역시 이들의 등장을 장애물로 여기거나 비난해야할 존재로 여기는 대신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필수 옵션쯤으로 생각하는 바. 앞으로 악역 배우들의 활약상이 더 기대된다. (사진출처: MBC ‘기황후’, SBS ‘쓰리데이즈’, ‘신의선물’,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캡처, 영화 다크나이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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