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명품, 페라가모의 굴욕

입력 2014-04-07 19:30   수정 2014-04-08 03:35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서 밀려나고 영업익은 반토막

위상 떨어져 VVIP 고객 이탈



[ 김선주 기자 ]
지난달 13일 새단장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의아하게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명품 구두 등으로 잘 알려진 페라가모 제품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갤러리아 측은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철수키로 합의했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때 5대 명품 브랜드로 불리던 페라가모가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페라가모 한국 지사인 페라가모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2년 192억1232만원에서 지난해 107억751만원으로 44.3% 급락했다. 페라가모의 영업이익이 2011년 210억7116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년 연속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페라가모가 이처럼 고전하고 있는 것은 명품으로서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초우량 고객(VVIP)들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명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라가모 넥타이는 유럽 지역 아울렛에서는 5만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어 중국인들이 싹쓸이해 가곤 한다”며 “해외여행이 잦은 명품 소비자들에게는 ‘급이 많이 떨어지는 브랜드’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이미지 하락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페라가모 매장의 지난해 월평균 매출이 4억5000만~5억원 정도였는데 올 들어서는 3억~4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페라가모는 ‘노세일 브랜드’인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과 달리 시즌이 지나면 세일(시즌오프)을 하는데 그때 매출로 연간 매출액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갤러리아 명품관에서의 ‘퇴출’은 강남권에서 페라가모의 위상 약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품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리뉴얼 당시 매출이 낮은 순서대로 폐점 매장을 골랐다”며 “갤러리아 측에서 여성 라인 등 일부 제품군만 남기고 매장 면적을 줄이자는 식으로 제안하자 자존심이 상한 페라가모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퇴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996년 페라가모코리아가 설립된 이후 18년 동안 지사장을 지낸 최완 대표가 지난해 12월 경질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페라가모는 핵심 상권인 서울 강남권 등에서 부진하자 지방 백화점 등에서 매장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국가별 매장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명품 브랜드의 방침에 어긋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페라가모는 업계에서 꼽는 국내 5대 명품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구찌·페라가모 등을 5대 명품으로 분류했으나, 최근에는 구찌와 페라가모 대신 프라다와 디올을 넣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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