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푸드트럭 몇개나 생길까

입력 2014-04-08 20:38   수정 2014-04-09 04:00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지난달 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푸드트럭은 규제개혁의 아이콘이 됐다. ‘10년간 불법이던 것이 10분 만에 합법화됐다’는 기사도 나왔다. 푸드트럭을 합법화하는 절차는 실제로 매우 간단하다.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만 개정하면 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은 별표1 ‘자동차의 종류’에 ‘바닥면적 0.5㎡ 이상인 음식판매 용도의 소형경형화물차’를 추가하는 게 전부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42조2항 영업신고를 받은 관청이 확인해야 할 서류 목록에 ‘자동차 등록증과 자동차 구조변경 확인서’를 추가하면 끝이다. 시행규칙 개정엔 국회의결도 필요 없다. 일정기간의 입법예고만 마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대략 올 하반기부터는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그래서다. “이렇게 별것 아닌 걸 왜 그렇게 오랫동안 불법으로 막아 놨을까”라며 규제개혁은 이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자칫 그림의 떡 될 수도

그럼 올 하반기부터 푸드트럭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대답은 “아니다”이다. 우선 장소 제한이 문제다. 정부는 전국 350여개 유원지와 놀이공원 내에서만 영업을 허용키로 했다. 그런데 대형 놀이공원은 대부분 음식 매대를 직영으로 운영 중이거나 외부업체와 이미 계약을 맺고 있다. 합법화됐다고 아무나 들어와 푸드트럭으로 장사하라고 허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유원지에도 이미 크고 작은 음식 상권이 형성돼 있다. 설사 장사할 곳을 찾는다 하더라도 기존 상인들의 반발이나 높은 자릿세 등으로 이래저래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트럭 개조 비용만도 1500만~2500만원이 든다는데 임대료까지 합하면 청년이나 영세업자는 언감생심이다.

어렵사리 큰 돈 안 들이고 유원지 내 터를 잡았다치자. 이번엔 법이 요구하는 시설 기준을 갖춰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식품위생법은 푸드트럭과 같은 휴게음식점업에도 일정 수준의 조리, 세척, 소독, 냉장 및 물 공급 시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바닥면적 0.5㎡를 겨우 넘긴 소형 푸드트럭에 이런 시설을 모두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푸드트럭이 불법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이벤트 식 규제개혁 경계해야

사실 대다수 노점상 포장마차 등이 불법인 것은 길에서 음식을 파는 행위 자체가 법 위반이어서가 아니다. 식품위생법상 시설 기준을 못 맞추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푸드트럭 역시 이번에 차량 개조 행위 자체는 합법이 됐지만 법이 정한 시설기준을 못 갖추면 불법인 것은 매한가지다.

결국 정부가 거창하게 발표한 푸드트럭은 상당한 자금을 동원해 음식점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놀이공원 내 상권을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일반 도로에까지 허용하고 시설기준상 예외까지 인정해준다면 노점상 포장마차 등이 제기하는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게 뻔하다. 엊그제 전국노점상총연합이 벌인 반(反) 푸드트럭 시위는 그 예고편이다.

규제개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푸드트럭 케이스는 특정 사업자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이벤트 식 규제개혁이 어떤 맹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좀 더 장기적이고 치밀한 로드맵을 전제로 한, 체계적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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