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의 30년 우정

입력 2014-04-13 19:54  


(고재연 정치부 기자) “아주 오랜 사진첩에서 찾아낸 빛바랜 사진 한 장.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함께 찍은 문재인 의원님은 그때도 늠름하셨네요. 그 우정을 그대로 간직하며 오늘 오전 서울 한양도성길을 함께 걸을 것입니다."

12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페이스북에는 사진 한 장과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12일 10시 서울 남산의 한양도성 성곽길(장충체육관-남소문터-팔각정-백범광장)을 함께 등반한 박 시장과 문재인 의원의 이야깁니다. 1983년에 찍은 빛바랜 사진 속에는 멀끔한 회색 정장을 입은 청년과 장발의 청년이 함께 서 있습니다. 게시글엔 ‘시장님 그땐 ‘풍성’ 하셨네요’ 라는 재치 있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사법연수원 12기 졸업생인 두 사람의 인연은 30년도 넘었습니다. 당시 동기생들 사이에선 학창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되거나 제적되는 등 고초 겪었던 경력을 가진 이가 3명 있었다고 합니다. 인권변호사였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문재인 의원입니다.

문 의원은 “(우리 셋은) 엄혹한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했고, 그 같은 동지의식에 가깝게 지낸 사이”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졸업 후 세 사람은 각자 사회운동, 시민운동, 민주화운동의 길을 걸었습니다. 1988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담당 변호사였던 고 조영래 변호사는 1990년 43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요사했습니다. 문 의원은 “조영래 선배가 애석하게 일찍 돌아가셨고, 그 후 박 시장은 서울에서, 나는 부산에서 같은 현장은 아니지만 같은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두 사람이 함께 산행길에 오른 것은 아닙니다. 문 의원은 이번 6·4 지방선거 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적극적으로 ‘띄워 보고자’ 산행에 나섰습니다.

남소문터 전망대에 오른 문 의원은 기자들에게 “그동안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 때문에 지방선거에 나서는 분들게 참 미안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새누리당 정몽준, 김황식 후보는 언론 조명을 받고 있는데 비해 박 시장은 주목받지 못하고 가려졌다”며 “이제는 선거 승리를 위해 함께하자”고 전했습니다.

이에 박 시장은 자신의 매끈한 머리를 만지며 “가려져도 스스로 빛난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선거이기에 당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고, 문 의원은 “나는 박 시장이 서울 시장에 출마할 때 강력하게 권유한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일종의 AS(애프터서비스)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적극적 지원 의지를 밝혔습니다.

산행 내내 문 의원은 박 시장 지원사격에 집중했습니다. 박 시장보다 먼저 산행객들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하기도 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며 박 시장을 적극 홍보했습니다. 기자들과의 ‘설렁탕 오찬’ 자리에서는 “오늘은 박 시장을 위한 자리이니 저에 대한 질문보다는 박 시장에 대한 질문 위주로 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오찬이 끝나갈 무렵, 기자들은 두 분이 10년 후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에 문 의원은 “저는 박 시장과 경쟁할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다”면서도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10년 동안 하신다는거 아니냐”며 박 시장과의 정면승부는 원치 않는다는 뉘앙스를 비추기도 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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