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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방송사 건물에 선거캠프 차린 원희룡, 왜?

입력 2014-04-13 20:21  


(은정진 정치부 기자) 11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렸던 새누리당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후보선출대회는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를 위한 콘서트장 같았습니다. 2000여명의 새누리당원과 각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유독 원 후보에게만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습니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행사장 참석자 중 90%는 원 후보의 선출을 보기 위해 온 지지자들이다”고 귀뜸해줬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원 후보였지만 캠프 측은 내내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원 후보의 아내인 강윤형 씨도 마치 지지율 꼴찌 후보인 양 대회장 입구에 서서 입장하는 당원과 지지자뿐만 아니라 기자들에게까지 90도로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2008년 총선 이후 6년만에 선출직 선거에 나선 탓인지 원 후보 역시 특유의 당당함보단 정치 초년생처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후보석에 앉아 있는 내내 안절부절 못하며 물병에 수 차례 입을 갖다 댔습니다. 발표 내내 미소보단 무표정한 모습이 눈에 더 띄었습니다. 원고 없이 경선 후보 인사 연설을 할 땐 살짝씩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너무 긴장했는지 괸한 괸당 얘기로 장내 분위기를 아찔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수락 연설에서 제주 특유의 ‘괸당문화’를 없애겠다고 소리치는 순간 장내가 싸늘해졌습니다. 괸당은 혈족, 친족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괸당문화는 제주도민 간 혈연, 지연, 학연 연고를 소중히 여기는 관습입니다. 물론 원 후보 주장대로 경계를 만들어 다른 소속을 배척하고 장벽을 두는 건 분명 공동체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문화입니다.

하지만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원 후보가 제주도민 앞에서 괸당을 ‘악습’이라 칭하니 마치 자기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었겠죠. 분위기가 숙연해지자 원 후보는 이내 “제주 전체가 작은 괸당아닌 큰 공동체로서 모두가 하나인 큰 괸당이 되자”고 다시 외쳤습니다.

선출대회 직후 원 후보 캠프를 찾아갔습니다. 캠프는 옛 제주KBS 자리였습니다. 방송국이 이전한 후 헐리기 전 건물을 싸게 임대받아 캠프로 쓰고 있었습니다. 캠프 관계자는 “방송국 철거부지를 선거 캠프로 쓰는건 아마 국내에서 처음일 것”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자원 봉사자들이 직접 싸온 김밥도 같이 먹어봤습니다. 공식 선거비용 외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밥을 사지 않겠다는 원 후보의 의지가 담겨 있는 김밥이었습니다.

원 후보는 “가식인지 진짜인지 궁금한 기자들에게 24시간 캠프 문을 열어두겠다”고 공언까지 했습니다. 선거 후 자리를 바라지 않는다는 캠프 관계자들의 이른바 ‘백의종군 서약서’도 봤습니다. 원 후보 아내가 건낸 원 후보 명함엔 “낮은 자세로 듣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히 씌여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정치혁신을 위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었습니다. 이후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보이지 않던 그가 고향에서 일하겠다며 제주도지사 후보로 조용히 나타났습니다. 그의 귀향을 두고 고향 민심은 반반입니다.

“제주도민을 대표해 중앙 정치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제주를 새로 바꿀 적임자”라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들렸지만 “고교 졸업 후 30년을 내내 서울에서만 살던 사람인데 사실상 외지인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들었습니다.

제주지사 선거엔 향후 남은 변수가 몇가지 있습니다. 제주지사 경선 문제로 원후보와 대립하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우근민 현 지사의 향후 거취와 입장표명, 고희범 김우남 박진우 신구범 주종근 등 5명이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제주경선 흥행몰이 성공여부가 바로 그것인데요. 하지만 과거 새누리당 정치개혁 트리오로 불렸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의 한 축으로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뭔가’ 보여주겠다는 그의 소박한 선거운동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정치혁신이 과연 고향 제주도에서 통할지 남은 50여일간의 행보를 지켜보려고 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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