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목매다 고객관리 뒷전…은행 '자살골'

입력 2014-04-16 21:15  

금융산업, 올 것이 왔다 (상) 예견된 신뢰 추락

외환위기 후 실적평가 강도 세져
예·적금보단 대출영업에 치중

자부심 사라지고 도덕성 둔감
"사후 징계 위주 시스템 문제"



[ 박신영/박한신 기자 ]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부터 구조조정에 나설 정도다.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증권사 등에서 돌아가며 사건·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앞뒤가 꽉 막힌 형국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보다는 단기 실적주의에 급급해온 관행이 한계에 이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적 지상주의가 성장동력 파괴

지난해 초 한 시중은행의 부장급 인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점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대기 발령을 받자 괴로워하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은행 지점장은 하루 단위로 평가받는다. 하루 영업을 마치면 1등부터 꼴찌까지 내부 전산시스템에 게시된다. 자살한 지점장이 속한 은행은 매년 실적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지점장을 대기발령 내고 있다. 지점장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실적 중심주의는 외환위기 이후 본격 도입됐다. 대표적인 것이 핵심성과지표(KPI)다. 예·적금, 대출 등으로 단순했던 성과 목표치 항목이 다양해지고 가중치도 달라졌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권 전반에 실적평가에 대한 강도가 세졌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KPI에 ‘남북 통일’이라는 목표치를 넣었다면 우리나라가 진작 통일됐을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실적 지상주의가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한다. 하루 단위 실적 달성에 집중한 나머지 저금리 기조나 부동산경기 침체 등 외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꾸준히 단계적으로 경영해야 내실 있는 성장을 이끌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는 짧은 안목으로 경영해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덕성·신뢰도 동반 추락

실적 지상주의는 금융인이 가장 중시해야 할 도덕성도 둔감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적과 고객의 이익이 상충할 경우 실적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은행 영업 패턴은 ‘예·적금 확보’에서 ‘대출 경쟁’으로 바뀌었다. 종전에는 고객들의 재산을 형성하는 것과 은행원의 성과목표가 일치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출자산을 늘릴수록 은행의 수익성이 확보돼 고객 이익과 배치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원금 보장이 안 되는 펀드를 팔아야 하는 것도 고객과의 갈등 요인이 됐다.

은행원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극대화됐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쳤고, 대출 원리금 부담은 커졌는데도 은행원 연봉은 높아지기만 했다. 당연히 탐욕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실적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은행원들의 사고가 수익 중심으로 변했고, 동료 간 신뢰도 약해졌다”며 “그러다 보니 부도덕한 직원도 생긴 것 같다”고 자성했다.

문제는 은행원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변하고 있는데도 이를 제어할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은 그대로고, 감독당국의 ‘사후 징계’ 위주의 감독방식도 바뀌지 않았다. 지배구조도 제자리고, 낙하산인사 관행도 여전했다. 이런 부조화가 결국 각종 사건·사고와 수익성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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