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별곡 53]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 'Flight Simulator'

입력 2014-04-21 00:14   수정 2014-04-21 00:23

<p>필자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만 해도 거의 매일같이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적어내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마다 친구 아이들의 꿈은 굉장히 거창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과학자'나 때로는 '선생님', '군인' 같은 것들도 있었다(얘들아, 군대는 때가 되면 가기 싫어도 가게 된단다). 최근에 초등학생들은 '연예인', '영화배우', '가수' 등이 꿈이라고 하는데, 어찌 보면 너무나 현실적이고 세속(世俗)적이어서 서글픈 마음도 들지만, 되지도 못할 '대통령' 따위 써 넣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창공을 향한 도전 'Flight Simulator']
그 당시 필자의 '장래희망'은 역시나 거창하게도 '파일럿'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을 '파일럿'이라고 하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밀리터리나 항공에 관심이 많았던 프라모델러 필자에게 '파일럿'이라는 꿈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꿈을 이루기까지 겪어야 할 혹독한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꿈이지 아니었을까 싶다.</p> <p>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도 PC 모니터 앞에 앉아 지난 세월을 한탄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리만족할 수 있는 'FS'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p> <p>이 게임은 'MS'라 불리는 컴퓨터 세상의 지배자 'Microsoft'에서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 이외에 유일하게 출시했던 게임 소프트웨어였다(최근에는 콘솔용 게임도 곧잘 내놓긴 하지만..). 이때만 해도 'MS'에서 게임을 출시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p> <p>사실 이 게임은 원래 다른 개발사('서브로직(SubLogic)')에서 개발했던 것을 나중에 'MS'로 회사가 넘어가면서 'MS' 출시작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서브로직이라는 회사는 이미 '애플2(Apple II)'시절부터 8비트 PC에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를 출시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 8비트 컴퓨터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성능상의 제약으로 인해 '시뮬레이터'로서의 가치를 크게 인정받기 힘들었다. 16비트 시절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PC의 성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인기를 얻게 되는데 그 이후로 'MS'에서 이 게임을 눈 여겨 보았던지 'MS'의 타이틀을 걸고 출시하게 되어 지금의 'MS FS(Microsoft Flight Simulator)'의 시작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시뮬레이터 장비]
항공 항공대 항공운항과 입학이 꿈이었던 중학교 시절에도 필자는 열심히 'FS'를 즐겨 했다. 밤이나 새벽에 홀로 '세스나'에 올라타 전 세계를 누비곤 했다. 사실 하늘 위에 떠 있어도 이건 여기가 어디쯤이고 얼마나 더 가야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나중에 항법비행에 대해 배우고 난 뒤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고, 이제 막 'FS'세계에 입문한 필자는 그저 모니터에 구름이 둥둥 떠 다닐 것만 같은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흥분되고 신기한 일이었다(실제로 초기 버전에서는 구름이 둥둥 떠다닐 정도의 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p> <p>■ '날자, 날자꾸나' 자유로운 날개를 얻다
[자~ 간식은 준비됐지?]
매주 주말이 되면 금요일 밤에 토요일 점심까지 버틸 비상식량 등을 컴퓨터 옆에 구비해 두고 혹시나 모를 부모님의 하이재킹(Hijacking)도 방지하기 위해 방문도 걸어 잠갔다. 이제 오롯이 나만의 세계에서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분출하며 자유롭게 전 세계 여기저기 전기요금 정도의 연료비만 갖고도 온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그나저나 자동차는 전기차가 나왔는데, 이제 비행기도 하이브리드나 전기 비행기 나올 건가?).</p> <p>하지만, 하늘을 날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매일 같이 정해진 목표도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이 마치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여 심기도 불편하던 차에 동네 서점에서 찾은 보물과도 같은 책이 한 권 있었으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교본과도 같은 책이었다.</p> <p>낮게 보면 단순한 게임 매뉴얼에 불과하지만, 이 책에는 각종 항법장치에 대한 설명과 주요 공항의 좌표와 함께 지도가 수록되어 있었고 각종 비행방법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어서 필자에게 이 책은 마치 모세가 십계명을 받을 때의 그런 기분이었다. 이 책을 구입하자마자 미친 듯이 빠져들었고 몇 개월을 밤새워 정독하고 훈련하며, 책을 외우다시피 했다. 가끔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런 열정으로 학교공부를 했었다면, 지금의 삶이 조금은 달라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1990년 2월 1일 출간한 책이다.]
아직도 필자는 이 책을 보물처럼 잘 간직하고 있다. 이 책 외에도 비행교본 책들이 몇 권 더 있는데, 'F-16 FALCON 3.0'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미 공군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전투비행 교본도 갖고 있다(이거 군사기밀 아니지?).</p> <p>거의 20~30년 전에 이런 책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기만 하다. 최근에 나오는 게임 관련 책들은 하나같이 단순한 소개나 공략에만 그치고 있어서 게임 본질에 대한 철학이나 세계관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도 함께하지 못하는 듯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p> <p>■ 살생과 파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
필자가 이 게임을 하면서 답답했던 점은 총알 한 방 쏴보고 싶어도 총알이 나가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한 민간 항공기에 무기가 탑재되어 있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여객기에서 총알을 어디에나 뿌려댄단 말인가? 그 당시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도 즐겨 하던 필자에게 이런 게임들은 고된 수행과 인내를 요하는 인격수양의 게임이었던 것이다.
[FS 1.0]
하지만, 그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FS'시리즈 중에서도 간혹 총알이나 미사일을 쏴볼 수 있게 만든 버전도 존재했는데, 본질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 용납 받을 수 없는 무언의 시선에 따라 금세 사라져버렸다.</p> <p>이 뒤로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게 되는데, '전투비행'파와 '순수민간항공'파로 나뉘게 된다. 그 당시 PC통신의 비행시뮬레이션 동호회에서도 게임에 따라 파벌싸움이 있기도 했는데, 로봇 게임들 역시 '리얼로봇'파와 '슈퍼로봇'파로 나뉘듯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p> <p>그 당시 필자는 주로 '전투비행' 파에 속해있었는데, 'FALCON 3.0'을 주로 했었고,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도 하고 있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과격파들은 '순수민간항공' 파를 위험도 긴장도 없는 따분하고 심심한 것으로 치부하기도 해서 필자는 'FS'도 즐겨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데..).
[FS 2.0]
이 게임에서는 정말 총알 한 알도 볼 수가 없다. 누군가 쏘아서 부실 상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원한관계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돌진할 목표도 없다. 단순히 정해진 목표(공항)를 따라 시간을 세어가며 망망대해 같은 창공을 누비는 것이 전부이다.</p> <p>한때 테러범들에 의해 연습용으로 쓰였다 하여 세간에 화제가 되었지만, 그 만큼 정교하고 사실성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테러범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으니 이 게임을 판매 금지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살생에 쓰이니 칼 생산을 중지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얘기라 생각된다.</p> <p>쓰는 사람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만들어진 것이 무슨 죄가 있을까? 이 게임은 보다 더 많은 인류에게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해주는 귀한 게임이다. 필자 역시 종종 이 게임을 꺼내보며 어릴 때 꿈이었던 '파일럿'에 대한 로망을 대신하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살생이나 파괴가 없이 원한관계나 폭력도 존재하지 않는 이런 부분들을 'MS'에서 눈여겨 보고 이 게임을 인수하여 자사의 게임으로 출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FS 3.0]
이 'FS' 게임들도 사실 초기 버전에서는 눈이 아플 정도로 그래픽이 조악했다. 그래도 가상의 조종석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을 만큼 이 세계는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났던 것이다. 필자 역시 그 중에 한 사람으로 꾸준히 시리즈를 접했지만, 'FS' 게임은 버전 '5.0' 이후나 되어서야 볼만한 그래픽이 되었다. 필자가 매뉴얼 입수 후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던 버전은 '4.0' 이었다.</p> <p>시력 제한이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파일럿'이 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필자에게 어린 시절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에 유일하게 필자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게임밖에 없었다. 그렇게 좌절하고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던 때에 접했던 게임이 'FS 4.0'이었다. 그래서 유독 애착이 가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함께 했었던 '벗'과도 같은 존재였다.
[FS 4.0]
화면에 보이는 지형-지물은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구현되어 있다. 그래도 초기 버전에서는 모니터 화면만 보고 현실세계의 어디쯤인지 알기란 쉽지 않았고, 그나마 랜드마크들이 구현되어 있어서 그것들을 보고 대충 어느 도시이겠거니 하고 생각 할 뿐이었다.</p> <p>그래도 이 게임 덕분에 전 세계의 유명 빌딩들은 모두 섭렵하고 있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로 쓰일 곳 없는 잡지식일 뿐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건축 세계사 공부에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은? 최근에서야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년 바뀌는 답변이긴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초고층 빌딩이 금방금방 지어지고 세계 최고 높이 타이틀이 쉽게 바뀌지 않았다. 지금은 없어진 쌍둥이 빌딩도 게임에서는 볼 수 있었다. 그 사이로 곡예 비행을 하듯이 건물 사이로 지나가보기도 했는데, 그 빌딩이 십 수 년 뒤에 실제로 무너지게 될 줄은 이 당시 꿈에도 생각 못했다.
[FS 5.0]
버전 '5.0'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현실세계를 떠올릴 정도가 되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했다. 'FS' 게임은 나날이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업데이트 되었는데, 'FS 95'를 거쳐 'FS 98'을 지나 'FS 2000' 정도 되면 꽤 볼만한 그래픽을 보여준다.</p> <p>그 이후로도 'FS 2002', 'FS 2004'를 지나 'FS X' 정도가 되면 그럭저럭 볼만한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기본 게임 외에도 유저들이 만든 '시너리' 파일들을 통해 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한 그래픽을 볼 수 있다. 'FS' 게임은 게임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을 유저들이 참여하여 개선하고 수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p> <p>아마도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만든 부분이 이토록 장수할 수 있는 인기게임의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 현재 공항에 근무하거나 비행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참여한 만큼 전문가 이상의 수준으로 현실 세계를 반영하여 구현되어 있다. 또한, 상용 '시너리'도 존재하여 전문가 그룹에서 만든 것으로 진짜 사진과 현실로 느껴질 만큼 사실적인 시너리 파일들도 많이 있다.

■ 키보드, 마우스만으로는 부족하다
[FS 2000 – 어느 정도 현실 세계와 비슷해졌다.]
이렇게 멋진 가상현실 세상을 비행하기 위해서는 키보드, 마우스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부족한 감이 느껴질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p> <p>물론 필자도 어린 시절에 초기 버전을 즐길 때는 단순히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비행을 시작했지만, 그 당시 싸구려 조이스틱 하나라도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연했다. 현실 세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입력장치에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어느 정도의 비용은 투자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다.

[기본적인 비행 시스템]
위와 같은 비행 시스템은 보다 더 많은 구성요소로 실제 비행기의 계기판과도 유사하게 꾸밀 수 있는데, 이 정도가 되면 취미수준으로 넘어서는 것이 되므로 웬만한 재력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으면 추천하지 않는다. 사진 정도의 입력 시스템은 보통 20만~40만 원 선에 맞출 수 있으므로 몇 달 동안 푼푼이 용돈 절약해서 돈을 모으면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술, 담배 조금만 줄이면 살 수 있고, 건강에도 이롭고 아울러 정신건강에도 이롭다 이것이야 말로 일거양득?</p> <p>■ 필자의 잡소리
이 게임은 필자에게 한 때 포기하지 못했던 꿈을 가상현실 세계에서나마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게임이지만, 초보자가 접근하기에는 많은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소위 '진입장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래서 아직도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해서 몇 달 정도 지나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먼저 비행스틱부터 구매하세요).

[이제는 우주로! – Space Simulator]
아직까지 한국에서 출시되거나 개발된 적이 거의 없는 게임 장르 중에 하나가 '비행 시뮬레이션' 분야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항공, 우주과학 시대에 접어들었고 우리나라도 꽤 비중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 번쯤 시도되어도 좋을 듯하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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