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 "기업이 농산물 주문하면 농가·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거죠 "

입력 2014-05-02 07:01  

Cover Story - 농협 농업경제

농산물 꾸러미 사업
기업이 지역 특산물 대량 매입
복잡한 유통구조 바꿀 '혁신'

수출로 과잉생산 문제 해결
장미·파프리카·배·인삼…
수출전업농 3년후 2배로 늘릴 것



[ 고은이 기자 ] 인터뷰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


“농산물 가격을 내다보는 건 환율 예측보다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그만큼 등락이 심합니다. 농산물 수급 안정에도 창조경제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사진)는 지난달 말 서울농협중앙회 본사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질적인 농산물 수급 불안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보다 새로우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당근 가격(도매가 기준)은 전년보다 24%, 무 감자는19%씩 폭락한 상태. 이 대표는 농산물 수급 안정과 유통구조 혁신을 이룰 창조경제 키워드로 기업과 농가, 소비자의 ‘상생’을 제시했다. 그는 “만약 기업이 나서 전 직원이 농산물 꾸러미를 주기적으로 배달받는 캠페인을 벌인다면 직원은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먹을 수 있어 좋고, 농민은 든든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해 풍작으로 남은 잔여 물량에 올해 햇채소 출하까지 겹쳐 시장에 과잉 공급된 영향이다. 이상기후로 이 같은 농산물 수급 불안정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의 수많은 농경제학자와 관료들이 50년 넘게 수급 안정 대책을 고민했지만 아직도 해결을 못했다. 농산물 가격은 자연재해나 날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일반적인 시장원리가 잘 통하지 않는다. 흔히들 ‘하느님과 동업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할 정도다.”

▷수급 불안을 해소할 방법은 없나.

“농산물 수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연평균 농산물 생산물량이 100인데 이 중 50이 수출로 고정적으로 나갈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과잉 생산 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 수출이 쉽지는 않을 텐데.

“최근 품목별 지역할당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배추면 배추, 무면 무를 나눠 수출용으로 재배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협심해 작물 계약재배를 권장, 수출단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만약 가격 폭락 등으로 손해를 보게 되면 일정부분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계약재배 비율이 전체의 12~13%밖에 되지 않는다. 2020년엔 30%까지 올리려고 한다.”

▷수출조직을 확대해야 할 텐데.

“그렇다. 대단위 생산·유통조직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출농가를 조직화해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물론 수출농가 간 경쟁으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현상을 없앨 수 있다. 수출연합조직에 참여할 수출 전업농가 수를 1500곳에서 2017년 3000곳까지 늘릴 것이다.”

▷농민의 참여를 어떤 식으로 끌어낼 생각인가.

“일단 전국 단위 연합품목으론 장미, 파프리카, 배, 인삼을 지원할 것이다. 지역별 농협이 농가와 공동기금을 조성해 수출가격이 떨어질 경우 국내 출하가격과 비교해 차액을 보전해 줄 계획이다. 농협중앙회의 수출손실 지원자금 규모도 지난해 4억2000만원에서 올해 10억원까지 올렸다.”

▷수급 안정을 위해선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도 많다.

“맞다. 그게 핵심이다. 소비자와 농민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유통단계를 줄이고 기존 유통망 외에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 완충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농협이 공들이고 있는 유통 혁신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직거래다. 하지만 천막 치고 오프라인에서 하는 직거래는 농산물의 선도가 떨어지고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등 복잡한 일이 많다.”

▷묘안이 있나.

“농협의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다. 새로운 형태의 유통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감자와 전북의 고추, 전남 단감, 경북 버섯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수한 싱싱한 제철 채소와 과일, 고기 등을 원하는 포장상자에 담아 배달하는 것이다. 대략의 주문량과 상품군을 미리 정해놓으면 그때그때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 고기 등을 농협이 알아서 배달해 준다. 꾸러미에 들어가는 채소는오존수로 씻는 등 위생과 품질 면에서 뛰어나다.”

▷꾸러미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기업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SK그룹은 1만6000명 임직원이 농산물 꾸러미를 주기적으로 배달받는 형식으로 충북 오창농협과 직거래하고 있다. 매년 농산물 70여억원어치를 사들이는 것이다. 다른 회사에서도 직원 복리 차원에서 매달 10만원씩 꾸러미 포인트를 준다든지 하는 식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농민들에겐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안전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제공받고 회사는 기업 이미지가 올라간다. 1석3조다. 최근 공공기관들의 과도한 복리후생비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공공기관 직원들의 복지 혜택을 농산물 직거래로 제공하는 식의 농촌공헌 아이디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생이란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농협이 또 추진하고 있는 게 농산물에 광고를 유치하는 상생광고다. 기업의 광고자금으로 농산물을 싸게 파는 대신 농산물 포장지에 광고문구를 삽입하는 것이다. 농협은행이 3억원을 내놔 마늘 2㎏ 9900원짜리를 6900원에 팔고 있다. 워낙 싸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사 간다. 마늘농가들은 저절로 판로가 확보되는 것이다. 3000원씩만 할인하더라도 3억원이면 10만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4인가족이라고 생각하면 40만명에 광고효과가 있는 셈이다.”

▷앞으로 계획은.

“꾸러미사업부터 상생광고, 농산물 가격정보 제공을 통틀어 ‘창조경제적인 농산물 유통혁신 방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농업이라는 1차산업에 여러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는…농산물 유통 현장서 잔뼈 굵은 34년 농협맨

전문지식과 경험을 동시에 갖춘 농산물 유통전문가다. 농협에 근무한 34년 중 18년을 서울양곡공판장장, 농협유통점장 등 현장 사무소장으로 보낸 전형적인 현장통이다. 농산물 소매유통의 최전선인 하나로마트와 도매유통의 중심지인 공판장을 모두 거쳐 농산물 도·소매 업무에 두루 밝다.

순천고와 농협대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유통 이론을 접목한 저서 ‘소비자를 끄는 유통전략’ ‘톡톡 튀는 유통 마케팅’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농민이 산다’ 등을 집필했다. 논문으로는 ‘유통기업의 윤리경영전략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있다.농협대, 건국대 농축대학원 등에서 농산물 유통론을 강의하고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제12회 한국유통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농업경제 대표로 부임한 이후엔 농산물 상생광고를 실시하고 농산물 전문 쇼핑몰 농협a마켓을 개설하는 등 강력한 유통혁신대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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