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위기에 빠진 'IT공룡' 구원투수

입력 2014-05-09 07:00  

'모바일 & 클라우드' 내걸고 취임 첫날부터 변화 드라이브

바꿔야 산다
아이폰·안드로이드폰 전용
모바일 오피스 프로그램 출시
시장의 기대에 부응

모바일 시대 강자 되자
사업부 신설 등 조직개편 단행
인수한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3만여명 인력 통합작업 본격 나서

뛰어난 소통 능력
겸손하고 대화 잘 통한다는 평가
조직 추스르는데 도움 될 듯
일각선 카리스마 부족 지적도



[ 김동윤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때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MS의 대표 소프트웨어인 ‘윈도(Windows)’와 ‘오피스(Office)’는 전 세계 PC의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계기로 모바일 시대가 개화하면서 MS는 시대적 변화에 뒤처진 대표적인 IT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MS는 지난 2월 위기에 빠진 ‘MS호’를 이끌 새 최고경영자(CEO)로 사티아 나델라 수석부사장을 낙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무난하지만 에지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내부 출신이란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전임자 스티브 발머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어 향후 MS에 적잖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델라는 최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MS를 여전히 고전하는 PC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생각은 틀렸음이 판명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MS를 모바일 시대의 강자로 변모시켜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델라가 과연 자신의 공언대로 ‘IT공룡’ MS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글로벌 IT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MS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나델라

지난 2월4일 나델라의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MS의 전 임원 존 코너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MS CEO는 미치도록 복잡한 자리”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현재 MS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범위가 워낙 방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MS의 상황 역시 썩 좋지 않았다. MS는 PC용 소프트웨어인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팔아 IT업계 제왕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는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MS의 모바일 운영체제를 장착한 ‘윈도폰’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4%에 불과했다. 또 2009년부터 시작한 검색서비스 ‘빙(Bing)’은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이 10%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시장에서 나델라에게 기대한 것은 다름 아닌 변화였다. FT는 나델라의 MS가 시도한 첫 변화는 바로 그가 취임하던 날 시작됐다고 전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전용 모바일 오피스 프로그램을 출시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윈도폰’으로 애플 구글 등과 경쟁해온 MS가 자사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두 회사가 생산한 스마트폰에 제공키로 한 것은 다소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델라는 이에 대해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시대에 우리는 소비자들이 모든 기기에서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오피스가 아이패드에 장착되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솔직히 말하자면 MS는 좀 더 일찍 이런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통합 첫 시험대

나델라는 취임 이후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와 ‘컨슈머&디바이스’란 두 개의 사업부를 신설했다. ‘윈도’와 ‘오피스’ 두 제품에 의존하던 기존의 성장 전략에서 탈피하기 위해 우선 조직 개편부터 단행한 것이다. 나델라는 조직 개편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세상에서 더욱 번창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 향후 모바일과 클라우드 부문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나델라의 MS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최근 인수 작업을 완료한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발머가 밀어붙인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인수에 대해 나델라는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나델라는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노키아를 인수한 MS의 결정은 옳았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노키아를 향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은 발머와는 사뭇 다를 것이란 게 IT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IT전문매체 지디넷은 “발머 시대의 ‘디바이스&서비스’ 전략은 나델라의 ‘모바일&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키아의 스마트폰 사업부를 모바일과 클라우드 분야에서 MS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활용할 것이란 얘기다.

노키아와 관련해 나델라에게 당장 주어진 과제는 3만2000명에 달하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의 직원들을 MS의 문화 속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WSJ는협업을 중시하는 나델라의 평소 스타일에 비춰볼 때 그가 큰 무리 없이 이 작업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MS인도법인의 전임 대표였던 라비 벤카테산은 “나델라와 같이 일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겸손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점을 꼽는다”며 “기술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도 역시 노키아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붙잡아 두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리스마 부족은 단점

사실 나델라가 향후 MS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 것인지에 관해 아직까지는 충분히 드러난 게 없다는 것이 IT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나델라의 MS’는 분명 ‘발머의 MS’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델라의 성향 자체가 발머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FT는 나델라와 발머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를 전하면서 “나델라는 안티(anti) 스티브 발머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썼다. MS 전직 임원이었던 리드 하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발머가 마케팅 전문가였다면 나델라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직 MS임원 존 코너스는 “나델라는 비즈니스 감각이 있으면서도 강력한 감성 지능을 가진 아주 보기 드문 유형의 인간”이라고 묘사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나델라가 MS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MS에서 17년간 일하다가 스타트업 기업 콘쿠릭스 CEO로 변신한 알렉산더 구나레스는 “겸손하고 협업을 중시하는 태도 때문에 나델라는 사내에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바로 이런 성격이 그의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다”며 “스티브 잡스가 위기에 빠진 애플을 구해낼 수 있었던 건 그가 협업을 중시했기 때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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