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중독’ 송승헌, 아직도 그가 궁금한 이유

입력 2014-05-11 20:17  


[최송희 기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조각 같은 외모, 서글서글한 목소리, 다정함이 깃든 행동은 그의 배우 생활이 남긴 흔적과 같았으니까. 그저 반듯하고 잘생긴 배우라고 생각했건만, 단단하게 여몄던 것을 하나씩 풀고 나니 배우 본연의 얼굴이 드러났다. 데뷔 18년 차. 송승헌의 진짜 얼굴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강렬하고 깊은 모습이었다.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송승헌은 작품에 대한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다. 작품에 대한 짙은 신뢰는 그의 표정이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도 바보는 아니거든요. ‘인간중독’을 했을 때 제게 안 좋은 이미지를 남긴다면 굳이 하지 않았을 거예요.”

담담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 작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상대를 설득시키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어요. ‘송승헌 저 영화 왜 했대?’ 이런 분들은 없을 거라고요. 지금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것들은 영화 전체로 봤을 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부에 불과해요. 건물을 지을 때 흙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정도죠.”

그가 말했듯, 많은 이들이 ‘인간중독’ 송승헌의 출연에 의아함을 드러냈었다. 송승헌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지난 1969년 엄격한 군 관사 안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에 첫 사랑을 느낀 교육대장 김진평 역을 맡았다. 치명적이고 은밀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만큼, 송승헌의 노출과 베드신이 화제를 모았던 상황.

이제껏 그가 추구했던 이미지와는 상반된 인물을 그려야 했던 송승헌은 “배우로서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로 갈리는 것 같다”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이미지 관리를 잘해서 광고를 많이 하는 게 자신이 가진 기준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전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 그런 거 많이 해봤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배우로서 가보고 싶은 욕심이 커진 것 같아요. 틀을 깨버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졌어요.”


이제까지의 송승헌이 연기한 인물들을 정의하자면 ‘백마 탄 왕자님’ 정도가 아닐까. 다정다감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사랑과 정도를 지킬 줄 아는 남자. 하지만 김진평은 이제껏 그가 연기한 백마 탄 왕자님들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물론 상대에 대한 사랑과 열망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은 이전과 다를 바 없겠지만 부하의 아내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배덕함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들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띠고 있다.

“다들 ‘인간중독’을 두고 송승헌의 도전이라고 얘기가 많았어요. 물론 시나리오에서 두 남녀의 사랑을 극대화하기 위해 베드신과 노출을 설정했겠지만 제게 진짜 도전은 사랑에 빠진 상대방이었어요. 제 부하의 아내고, 심지어 저는 아내가 있는 설정이죠. 이런 건 정말 처음 해보는 역할이에요.”

낯선 역할이었지만 김진평은 실제 송승헌과 닿아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는 “내성적이고 무뚝뚝하며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며 “그런 점들 때문에 김진평에게 더욱 애착이 간다”고 설명했다.

“극 중 종가흔은 김진평의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내와는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가 아니니까요. 사랑해선 안 되는 상대지만, 처음 느낀 사랑이니까 더욱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느낌에 있어서 첫 여자친구를 많이 떠올렸어요. 첫사랑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이나, 느낌,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촬영했죠.”


작품에 대한 자신감, 김대우 감독에 대한 신뢰감이 상당하다고 해도 이제껏 쌓아온 이미지며 첫 노출, 베드신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텐데. 그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도 “감독님만 믿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작하기 전엔 걱정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일절 고민하지 않았어요. 친구인 조의석 감독이나 주변 지인들 역시 ‘김대우 감독님 작품인데 뭘 고민하느냐’고 하더라고요. ‘노출이나 수위에 대해 걱정한다면 넌 아직 멀었다’면서요. 동엽이 형은 ‘엉덩이 나와?’라고 묻더니, 나온다니까 ‘그럼 해야지’라고 부추기더라고요.”

아직도 보여주지 않은 게 많다. 그의 첫 노출, 첫 베드신을 지우고서도 영화 ‘인간중독’이 그리는 송승헌은 이제껏 그가 갈망해온 ‘배우’의 모습이 집약되어 있다.

“노출이 흉해 보인다든지 노출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어요. 오히려 이런 작품에서 노출하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왕 하는 거면 멋지게 하고 싶었어요.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돌아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토록 자신만만한 태도라니.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면서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마치 ‘인간중독’이 하나의 신호탄이 된 것처럼. 단단히 여몄던 것들을 자연스레 풀어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 때문이라도 더 도전하고, 애착했던 게 있었어요. 지금보다 더 어렸다면 못했을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만든 이미지에 갇혀서 나갈 생각이 없었어요. 이걸 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일찍 했으면 배우로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은 이미지에 대한 건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배우로서도 좋은 것 같지 않고 제 스스로 스타가 아닌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졌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나이를 먹어서도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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