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도시, 세계 1위 남아공 케이프타운테이블…마운틴 위에 섰다, 나의 심장이 뜨거워졌다

입력 2014-05-26 07:01  

여행의향기

아프리카?대륙의?끝??희망봉,?끝이?아니라?시작이다

볼더스해변에 가면 아프리카 펭귄에게 안부를…



[ 김명상 기자 ] 유럽이나 미국의 여행자에게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를 물었을 때 꼭 나오는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Cape Town)이다. 올해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세계의 가볼 만한 곳 52개 여행지’ 중 1위로 선정되기도 한 케이프타운은 CNN, BBC,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도시’ 등의 찬사를 받았다. 케이프타운이 전 세계인에게 이처럼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이블마운틴, 지구에 준 선물

케이프타운은 모르고 보면 ‘유럽 어디쯤’으로 착각할 만하다.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이라 불리는 케이프타운은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아시아 무역의 보급기지로 건설했다. 유럽을 출발한 배들은 중간에 케이프타운에서 물자를 보충하고 항해를 계속했기 때문에 유럽의 문화가 많이 녹아들었다.

시내에 도착하기 전부터 독특한 모양의 산이 보인다. 케이프타운의 관광지 중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이다. 거대한 탁자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산의 높이는 해발 1086m. 정상부의 평평한 부분의 길이가 약 3.2㎞ 정도다.

케이프타운을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가봐야 할 필수 코스지만, 생각보다 관광이 쉽지 않다. 날씨 때문이다. 케이프타운의 평균 일조량은 9.5시간에 달한다. 뉴욕의 7시간, 런던의 4시간 정도에 비하면 훨씬 풍부한 햇살이 비추는 것이다. 하지만 테이블마운틴 정상부는 예외다.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에 구름이 끼는 것도 다반사다. 안개나 구름이 정상을 덮는 날에는 올라가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헛수고다. 변화무쌍한 테이블마운틴의 날씨 때문에 먼 길을 온 여행객 중 일부는 오르지도 못한 채 돌아가기도 한다. 귀국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신론자라도 날이 개길 바라며 기도할 판이다.

첫날 잔뜩 낀 구름 때문에 돌아서야 했던 테이블마운틴은 다행히 이틀째부터 관광이 가능해졌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여행자들의 표정이 매우 밝다. 아마도 일부는 올라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여기는 듯하다. 케이블카는 5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흔히 탑승 전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이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바닥이 360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창가 자리에만 서 있으면 모든 방향을 보면서 오를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해 조금 걷다 보면 산이 아니라 평지에 온 듯한 기분이 들 만큼 넓은 광장과 굴곡이 적은 산책로가 펼쳐진다. 시야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넓은 대서양이 내려다 보이고, 케이프타운 시내도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사자 머리처럼 생겼다고해서 이름 붙여진 ‘라이온스헤드’, 매일 정오를 알리는 대포로 유명한 ‘시그널힐’, 악마의 봉우리라는 뜻의 ‘데빌스피크’ 등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남아공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호사 중 하나다. 산 위에 쓰인 ‘A gift to the Earth(지구에 준 선물)’라는 문구 그대로다.

향신료, 희망봉으로 인도하다

남아공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가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다. 희망봉을 이야기할 때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가더라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15세기 유럽인들에게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는 보석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오스만제국 성립 이후 육로를 통한 향신료 공급이 뚝 끊기면서 유럽인들은 인도와 직접 무역할 수 있는 뱃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대 바다에 가면 모두 흑인이 되고, 나아가 바다의 끝에 도달하면 지구 가장자리 절벽으로 떨어진다고 믿던 시기였다.

1488년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하면서 마침내 불안과 공포는 희망으로 바뀌게 된다. 그때까지 끝도 없이 남쪽으로만 이어지던 항로가 여기에서 처음 동쪽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까마득히 입을 벌린 절벽 대신 인도로 가는 길의 관문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희망봉은 생과 사의 전환점이 됐다. 폭풍우와 괴질에 시달리며 인도를 다녀오던 선원들은 희망봉을 지날 때 이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 들떴을 것이다.

희망봉에 대한 오해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희망봉까지는 약 55㎞. 그리 멀지 않지만 가는 길 곳곳에 절경이 이어져서 좀체 속도를 내기 어렵다. 빅토리아로드를 따라가면 캠스베이(Camps Bay), 헛베이(Hout Bay)가 나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Chapman’s Peak Drive)’도 희망봉으로 가는 도중에 거치게 된다.

희망봉에 도착하니 날은 맑지만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폭풍우 잦은 험한 날씨와 거친 조류 때문에 먼 옛날 인도를 오고 가던 많은 배가 이곳에서 좌초됐는데 당시의 험상궂은 모습을 짐작할 만하다.

흔히 희망봉이란 이름 때문에 높은 산봉우리가 바다에 서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봉우리가 아닌 커다란 해안절벽이 바다 쪽으로 나와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봉(峰)'으로 부르기란 무리가 있다. ‘케이프(Cape)’라는 단어는 봉우리가 아니라 바다로 삐죽 튀어나온 육지 지형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희망봉은 ‘희망곶’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희망이란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번역자가 일부러 희망봉이라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케이프포인트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희망봉을 알리는 안내판이 영어와 아프리칸스어(남아프리카 네덜란드어)로 쓰여 있다. 푯말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오해는 지명뿐만이 아니다. 많은 이들은 ‘희망봉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자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아프리카 최남단이자 대서양과 인도양이 실제 마주치는 지점은 희망봉에서 남동쪽으로 약 160㎞ 떨어진 ‘아굴라스 곶(Cape Agulhas)’이다. 따라서 희망봉은 ‘아프리카의 최서남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희망봉이 ‘아프리카의 최남단’으로 각인돼 있다. 지리적·과학적 상식마저 넘어선 ‘아름다운 오해’ 덕분에 희망봉에는 지금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눈에 새겨 넣고 싶은 케이프포인트

희망봉에는 해발 248m의 해안절벽 ‘케이프포인트(Cape Point)’가 있다. 꼭대기에는 주위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등대가 있고, 그리 높지 않아 천천히 올라가는데 별 무리가 없다. 등대에 도착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전 주변을 둘러본 후 보이는 반응은 대개 두 가지다. 감탄사를 터트리거나 숨을 멈춘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동쪽을 보니 대서양의 도도한 물결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만(灣) ‘폴스베이(False Bay)’로 끊임없이 밀려들고, 뮤젠버그 봉(Muizenberg Peak)을 비롯한 주위 산들은 파도에 지지 않겠다는 듯 우뚝 서 있다. 서쪽에는 희망봉 뒤편을 감싸 안듯 누워 있던 언덕이 보인다. 앞은 끝도 없는 수평선뿐. 아프리카의 땅끝 한 부분에 서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나는 순간이다.

문득 그 옛날 무모한 용기 하나로 바다를 건넜을 배와 선원들의 신기루가 떠올랐다. 끝없이 남쪽으로 내려가다 처음 이곳에서 동쪽으로 항로를 틀었을 때 그들의 마음 속에는 일제히 희망의 불꽃이 피어올랐을 것이다. 파도와 바람소리가 당시 선원들의 환호성처럼 들려온다. 하지만 흑인들에게는 착취와 고난의 전주곡이었으리라. 희망봉을 발견한 이후 백인들에게는 개척의 역사가, 흑인들에게는 시련의 나날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희망봉 주변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그만큼 많은 생각을 곱씹게 했다.

아프리카 펭귄의 서식지 볼더스 해변

희망봉의 여운이 가라앉기 전, 의외로 귀여운 펭귄을 만났다. 케이프타운의 사이먼스 타운에서 걸어서 20분 정도에 있는 볼더스 해변(Boulders Beach)에는 몸길이 약 35㎝ 정도의 아프리카 펭귄 2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해변이 사람의 거주지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끔 재밌는 일도 벌어진다. 아프리카 펭귄들이 일반 가정집으로 들어와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물건을 헤집기도 하는 것이다. 아침에 집이 동물원으로 바뀌어 버리는 이곳이 부러운 것은 여행객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여행팁

인천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는 약 18시간 걸린다. 인천에서 홍콩까지 약 3시간40분,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13시간, 다시 케이프타운까지 1시간15분 정도가 소요된다. 남아공 화폐단위는 랜드(rand)이며, 1랜드는 약 100원에 해당한다. 환율이 5년 내 최저치를 보이고 있어서 지금이 여행객에게는 아주 유리한 시기다. 시간는 한국보다 7시간 늦고, 언어는 영어가 통용되므로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남반구라서 한국과 계절이 반대이므로 옷을 가져갈 때 유의하자.

도움 주신 곳 : 남아프리카공화국관광청 일본사무소 및 GEO CM, 이강하(Kang- Ha Lee) 현지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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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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