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안전사고…순식간에 유독가스 번져 인명피해 속출

입력 2014-05-26 21:03   수정 2014-05-28 16:59

고양터미널 큰 불…6명 사망·41명 부상

스프링클러·방화셔터 작동 안해 피해 커진 듯
용접 중 발생 추정…경찰, 업체 과실여부 조사



[ 오형주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연일 안전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경기 고양시 도심 한복판에서 큰불이 나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버스터미널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 5명도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불이 난 고양터미널은 부지 면적이 2만8000㎡로 지상 7층, 지하 5층 규모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영화관, 각종 상점, 창업지원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는 개점을 준비하던 직원과 터미널 승객 등 수백여명이 있어 초기 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무리한 공사가 화재 원인?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지하 1층 CJ푸드빌 매장 공사 현장에서 취사용 LNG(액화천연가스) 배관 용접을 하다 불꽃이 가스에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은 공사 중이던 인테리어 자재를 순식간에 태우고 대량의 유독가스를 발생시켰다. 지상 2층과 지상 1층에서 5명, 1명이 발견된 사망자 역시 유독가스에 질식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부상자들은 동국대 일산병원과 일산 백병원, 명지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다.

아찔했던 이번 사고도 안전 관리 미흡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달 초 식당 오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함께 공사 인부들이 가스 배관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이번 공사를 지휘한 D업체를 비롯해 용접 공사를 담당한 M업체 등의 안전의무 소홀로 인한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관계자는 “입점하기로 한 외부 브랜드 매장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후 신속하지 못한 대처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시민들은 녹음된 화재 발생 경보만 들었을 뿐 정확한 비상구를 안내받지 못해 우왕좌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구조대가 수습한 시신은 대부분 지상 2층의 터미널 매표소와 화장실 같은 구석진 곳에서 발견됐다.


○소방설비 작동 차단, 점검 부실 의혹도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등 소방설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대수선공사’로 소방설비 작동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건축법상 대수선공사는 내부 칸막이 변경을 위한 방화구획 변경을 수반하므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방화셔터 등 소방설비 작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터미널이 정상 영업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보완대책 없이 소방설비의 작동 중단을 허용한 것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양시가 고양터미널에 대한 안전점검을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양시는 지난 4월28일부터 공사현장과 관리대상 시설물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고양터미널에 대한 점검은 지난 16일에 있었다. 시 관계자는 “경보·피난시설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며 “당시 지하 1층과 지상 1·2층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3월에도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이 있었으나 역시 특별한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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