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 한식당 석파랑, '대원군 비밀의 정원'서 궁중 만찬을 즐기다

입력 2014-05-31 18:00  

Luxury & Style

석파정 부속건물인 별장을 개조
순정효황후의 옥인동 생가 옮겨와
고종황제 기념비전 '만세문'도 전시

어만두·신선로·너비아니 등 옛 맛 재현



[ 임현우 기자 ]
‘대원군이 사랑한 아름다운 별장.’ 서울 세검정 삼거리의 고급 한식당 ‘석파랑(石坡廊)’에 걸려있는 문구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호인 ‘석파(돌언덕)’에서 이름을 따온 석파랑은 그의 별장을 한정식집으로 꾸민 곳이다.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조선 말기 양식의 정원과 세 채의 고풍스러운 별장형 전통 가옥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 찬란한 햇빛 아래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5월 이맘때는 석파랑 정원을 산책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한다.

이곳이 처음부터 식당은 아니었다. 서예가 소전 손재형 선생이 1958년 부암동 산자락의 석파정 가운데 사랑채 부속건물인 ‘대원군 별장’(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23호로 지정)을 홍지동 바위언덕으로 옮겨오면서 16년에 걸쳐 조성한 공간이다. 소전 선생은 덕수궁 돌담, 운현궁, 선희궁 등이 철거될 때마다 자재를 이곳으로 옮겨와 담장을 두르고, 저택을 짓고, 정원을 만들었다. 1989년 이곳을 사들인 김주원 석파랑 대표가 1993년 한식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석파랑을 즐겨 찾는 이들은 이곳이 ‘작은 문화재 박물관’ 같다고 말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대원군 별장에는 그가 난초를 칠 때만 사용했다는 대청방과 손님 접대용 건넌방이 재현돼 있다.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별채는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황제의 계비인 순정효황후 윤씨의 옥인동 생가를 옮겨온 것이다. 조선 말 왕궁을 짓기 위해 중국 톈진에서 들여온 호벽이 보존돼 있다.

1897년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고종의 황제 즉위를 기념해 경복궁 안에 세워졌던 ‘만세문’도 볼 수 있다. 암수 학 한 쌍이 불로초를 입에 물고 구름 위를 나는 형상을 새긴 만세문은 만사형통과 무병장수를 상징한다. “상견례나 가족모임차 오시는 분들은 이 문을 통과하며 서로의 성공과 건강, 사랑을 기원하곤 하지요.”(김주원 대표)

90개 좌석에 널찍한 별장까지 갖춘 석파랑은 상견례나 돌잔치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유명 금융회사, 로펌, 외국계 컨설팅회사 등의 단체 모임도 자주 열린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호소카와 모리히로 등 전 일본 총리들은 한국에 올 때면 석파랑을 찾았다. 장한나, 박찬호, 하인스 워드 등 문화·체육계 인사들도 이곳을 다녀갔다. 청와대와 가까워 유력 정치인들의 방문 또한 잦다.


단골의 면면이 맛의 보증서 역할을 한다. 전채인 전통죽과 구절판으로 시작해 메인 요리인 어만두, 육회, 전복구이, 너비아니와 자연송이 구이, 겉절이에 이르기까지. 기자 개인적으론 신선로의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인상 깊었다. “우리만큼 정통 신선로를 내놓는 곳이 흔치 않을 겁니다. 신선로는 이것저것 찌개 끓이듯 만드는 게 아니에요. 전부터 채소까지 하나하나 깊은 정성이 들어가 있죠.” 김 대표가 자신 있게 말했다. 따뜻한 궁중온면에 꿀을 버무린 수삼대추튀김까지 즐기고 나면 풍성한 코스 요리가 마무리된다.

식사 도중 접시나 종지를 들어 밑부분을 한번 살펴보자. ‘인간문화재’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뿐 아니라 자그마한 식기에 이르기까지 공을 들이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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