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공채 축소 결사반대"…거리로 나온 고시생들

입력 2014-06-01 18:41   수정 2014-06-01 19:06

“민간특채 확대는 현대판 ‘음서제’를 불러올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평범한 국민들의 희망은 얼마나 더 좌절돼야 하나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대학동 ‘북션’서점 앞에서 만난 이현정 씨(25)는 자신이 행정고시(5급 공채) 축소 반대운동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씨 뒤에는 “5급 공채 축소 결사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고 서명을 받았다.

올해 초 대학을 휴학하고 행시 공부에 뛰어든 이씨는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시 축소 담화를 들은 직후 고시촌 내 10여 곳에 서명용지를 부착했다. 이씨의 서명운동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메일과 문자로 시민들의 격려메시지가 쇄도했다. 서명운동을 돕겠다는 고시생들이 점차 늘어나자 이씨는 5월31일 부스를 만들고 거리로 나섰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박건우 씨(25)는 “사시가 폐지되면서 행시는 현재 유일한 계층이동의 동아줄로 남았다”며 “고시를 그만둘 경우 진로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양원식 씨(26)는 “지난해 금융사 입사를 앞두고 행시로 방향을 틀었다”며 “보다 공적인 일을 하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축소된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도 서명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공감했다는 유춘식 씨(51·관악구 삼성동)는 “공정한 시험 없이 공무원을 뽑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특히 민간특채가 과거와 같은 음서제(蔭敍制)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음서제는 고려·조선시대에 귀족이나 양반의 자제를 시험 없이 관리로 채용해 관직의 세습을 가능하게 해준 제도다. 2010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특채 과정에서 노골적인 특혜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서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씨는 “6월 중순까지 서명을 모아 정식으로 안전행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대책모임도 가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행시폐지 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은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같은달 30일 행시폐지안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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