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래이, 신용 중요한걸 와 모르나"…LG '살아있는 회초리'

입력 2014-06-19 13:14   수정 2014-06-19 16:18


[ 김민성 기자 ] LG전자 에어컨·제습기 생산 라인의 핵심 경쟁력은 '품질 경영'으로 압축된다.

19일 LG전자의 경남 창원 2공장에서 만난 RAC(주거용 에어컨) 사업을 책임지는 오정원 상무는 "LG 핵심 경쟁력은 품질로 고객 신뢰를 쌓는데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오 상무는 27년 째 LG전자에서 에어컨 및 압축 콤프레서를 개발해온 현장 전문가다. 오래 써도 성능 저하나 잔고장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고객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적 확신이었다.

LG의 대표 제습기 모델인 '휘센 칼리하리'에는 '7년 연속 세계 1등' 휘센 에어컨 기술력이 집약됐다. 소음은 31dB로 업게 최저로 잡았다. 에너지 소비효율은 1등급으로 끌리면서도 제습 속도는 20% 높였다.

에어컨 내 저소음 인버터 기술도 제습기에 적용했다. 기존 정속형 제습기아는 달리 콤프레서가 동작환경에 따라 스스로 출력을 조절한다. 소비전력과 소음을 동시에 낮추는게 장점이다.

제습기는 에어컨 실내·외기가 한데 집약된다. 크기도 작아 공정도 정교하다. 하지만 15초에 1대 꼴로 생산되는 스탠드형 에어컨보다 그 양산 속도가 빠르다. 12초에 1대씩, 50여명의 숙련공이 조립 및 품질 검증 등 50개 공정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여심(女心)을 반영, '칼리하리' 외관은 조립 나사가 드러나지 않는 '히든 스크류' 방식으로 조립됐다. 오 상무는 "히든 스크류는 제습기 업계 최초"라며 "생산 단가가 올라가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꼼꼼히 챙기는게 LG의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2공장 곳곳에 '제대로 만들자(Do it right)'는 슬로건이 내걸려 있는 이유였다. 박재현 에어컨생산담당 상무는 "불량률은 100만대 100대(100ppm)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며 "기본 액세서리가 누락되는 등 상식 이하의 품질 불량 문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의 품질 최우선 철학을 계승한 것이기도 했다. 구 창업회장은 1947년 LG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한 뒤 화장품 '럭키크림'을 생산, 히트를 친다.

'럭키크림' 12개 묶음은 타사 제품 가격 2배 수준인 1000원으로 비쌌지만 인기였다. 물자가 귀했던 시대에 좋은 원료를 사용한 덕이었다. 하지만 물량을 더 많이 대는 과정에서 깨지거나 금이 간 용기에 크림을 담은 불량품이 버젓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구 창업회장은 "고객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일"이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사장인 자신이 직접 감독하거나 생산직원들 사이에서 일일이 불량용기를 선별하는 작업도 했다

이를 본 동생, 구정회 당시 락희화학공업사 부사장이 "사장이 꼭 이런 일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고 묻자 구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래이, 가령 100개 가운데 1개만 불량품이 섞여있다면 다른 99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1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그들은 와 모르나."

경남 진주가 고향인 구 창업회장이 '품질'과 '고객 신뢰'라는 경영 철학은 진한 사투리로 풀어낸 것이다.

이후 구 회장은 직원 독려에 그치지 않고 파손되지 않는 '럭키크림' 용기를 고민했다. 가볍고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를 찾아 연구하기 시작했고, 제품에 적용했다. 이는 LG가 이후 플라스틱 산업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구 창업회장의 품질 철학은 현재 전세계 80여개 LG전자 판매·생산국가 언어로 번역돼 전파됐다. 전세계 임직원이 'LG의 핵심 경쟁력은 품질과 고객 신뢰'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구 창업회장의 손자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요즘도 창원 공장을 자주 방문한다. RAC 연구담당 진심원 상무는 "구 부회장이 늘상 하시는 말씀은 리더가 현장 경영을 강화해야한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초 멕시코 레이노사(Reynosa) 공장에 구 창업회장의 '품질 경영' 어록이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번역돼 액자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이를 LG전자의 전세계 모든 해외법인에 전파토록 했다.

창원=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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