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연서 知韓派 면모 과시한 시진핑

입력 2014-07-04 20:41   수정 2014-07-05 04:25

"'젊은 시절 소중히 여기라' 당부한
안중근 의사의 말 양국 청년 마음에 새겨야"

최치원·김구·드라마 '별그대' 언급
40여분간 韓·中 '깊은 인연' 강조
한국어로 "사랑합니다"…26차례 박수

2015년 서울대생 100명 베이징 초청



[ 오형주 기자 ]
“‘별에서 온 그대’ 같은 한류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큰 유행입니다. 이를 보고 즐기는 양국의 아름다운 청춘들이 중한친선의 충실한 계승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전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 드라마 ‘별그대’를 언급하자 500여명의 청중 사이에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 국가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한국 대학에서 강연한 시 주석은 40여분 내내 한국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드러내며 양국 간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한친선에 대한 미담은 얼마든지 있다”며 통일신라 말기 당(唐)에서 벼슬을 지낸 최치원과 중국에서 27년간 독립운동을 벌인 김구 선생 등을 언급했다.

또 2008년 쓰촨성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이촨고 교장에게 한국 목포에 있는 전남제일고에서 구호자금을 보내며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한 사례도 거론했다.

시 주석은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임진왜란 때 조선 편에서 싸운 명(明)의 진린(陳璘)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했으며, 그 후손(광동 진씨)은 아직 한국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양국이 20세기 초 일본 군국주의로 함께 고난을 겪었다며 “상하이의 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 의사 기념관, 시안의 광복군 표지석이 그 역사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중근 의사가 남긴 ‘젊은 시절을 소중히 여기라’는 당부를 양국 청년들이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위협론’은 일축했다. 시 주석은 “발전된 중국을 매서운 악마로 표현하는 시각이 있지만 21세기는 다른 국가를 희생시켜 발전하는 ‘제로섬 게임’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며 “(중국의) 발전 이득이 주변국에 미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핵과 관련, 시 주석은 “한반도의 핵무기를 반대한다”며 “남북이 힘을 합친다면 자주적 평화통일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해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서울대생들에 대한 ‘깜짝 선물’도 있었다. 시 주석은 “내년에 서울대생 100명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한·중 대학생 교류 캠프를 열겠다”고 밝혔다. 강연을 마친 시 주석은 청중의 환호에 한국어로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의 서울대 강연에선 26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의 강연을 직접 듣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한준 씨(전기공학부 4학년)는 “한시와 격언을 인용해 양국이 아시아의 큰 바다로 함께 나아가자고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강민영 씨(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3학년)는 “평소 중국의 급부상에 우려가 있었다”며 “시 주석이 주변국의 염려를 솔직하게 인정한 만큼 중국이 겸손한 가운데 협력을 추구하는 대국이 될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강연이 열린 건물 주변엔 한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찾아와 ‘시진핑 형님은 가장 멋진 남신(男神),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제일 예쁜 여신(女神)’이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 주석 일행을 환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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