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정치권 올드보이 잔혹사…정동영 천정배의 좌절

입력 2014-07-10 18:43  


(손성태 정치부 기자, 국회반장) 7.30 재보궐선거 지역이 15곳으로 늘어나면서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김두관 등 야권 거물정치인들의 복귀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선주자급인 이들 4명 중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장관은 예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공천학살’의 희생양이 됐다.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우여곡절 끝에 본선에 올랐지만, 입맛이 쓰기는 마찬가지다.

손 고문은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역구인 수원병(팔당)지역에 배치됐다. 고(故) 남평우 의원에 이어 아들인 남 지사가 내리 5선에 성공한 곳으로 야당후보에게 투표를 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대표적인 여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손 고문이 전국적 인지도가 있고 경기지사까지 지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손 고문은 김진표 전 의원 지역구에 수원정(영통) 지역 출마를 내심 바랬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경남지사가 출마한 경기 김포지역도 가시밭길이다. 이 지역은 농지가 많은 곳이여서 여권성향의 노인층이 많다. 여권에서 “30% 고정표를 깔고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예선을 통과한 둘은 일단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이에 반해 정 고문과 천 전 장관은 당내 정치후배들의 거부감만 확인한 채 이번 선거에서 철저히 배척됐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공천 책임자인 김한길 대표와 이들의 관계를 알고 나면 정치가 얼마나 비정한지를 알 수 있다. 셋은 옛 민주당 시절 ‘밀알'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모임의 이름은 “개혁의 밀알이 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셋은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눴고, 열린우리당 민주당을 거쳐 ‘이너서클 핵심 멤버'로 교류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밀알 멤버 중 한 명인 김 대표는 결과적으로 손 고문과 김 전 지사를 살리는 대신, 혹은 그 댓가로 친구이자 평생 동지인 정 고문과 천 전 장관을 죽여야 했다.

모양새는 다르지만 정 고문과 천 전 장관은 자신들의 친정인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특히 ‘당의 부름을 기다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정 고문은 4명 중 유일하게 후보 신청조차 내지 못했다. 출마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이 재보궐선거구에서 제외되면서 그의 복귀 계획은 꼬여 버렸다.

겉으로 보기엔 공천 배제 등 민망한 꼴을 당하지 않았고, 차기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고문이 과거 대선주자의 프레임에 갇혀 현실정치의 감이 무뎌진 점이 폐착이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아직도 자신을 대선후보로 알고 명분만 찾는다. 정이 호남 서울 등 전략공천지역을 빼고 김포 등에 공천을 미리 신청했으면 최소한 당이 고민을 했을 것이고, 공천을 받든 못받든 그로서는 재기의 발판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더 이상의 정치적 이벤트가 없는 것은 정 고문이나 천 전 장관이 조바심을 낼 만한 상황이다. 20대 총선까지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천 전 장관은 광주에 공천을 신청함으로써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호형호제'했던 호남 출신 의원들이 자신의 광주 공천에 반대성명을 냈고, ’무소속 출마'로 배수진을 친 그에게 당 지도부는 끝까지 양보를 종용했다. 천 장관은 당이 ‘권은희(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카드'를 꺼내들자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국정원 대선댓글 수사와 관련, 경찰의 외압 사실을 양심선언한 권 전 과장에 맞선다면 그가 걸어온 정치 인생 자체가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 전 장관은 11일 성명을 통해 “권은희 과장의 공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새정치연합의 선거 승리를 이끌고 무기력한 당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며 "나는 당에 남아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고 호남 정치를 복원해 집권의 길을 반드시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당 지도부는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속임수까지 쓰면서 '천정배 죽이기'를 자행했다"며 "개혁과 정권 교체의 길을 일관되게 걸어왔고, 호남 정치의 복원을 강력하게 주창한 천정배 죽이기는 개혁 정치와 호남 정치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천 전 장관의 불출마 및 당의 공천수용은 그의 지지자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새정치민주합에게는 큰 채무를 안겼고, 그는 당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채권자로 올라섰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차기 총선에서 천 전 장관은 최우선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 고문은 이번 공천과정에서 당에 채무감을 안겨주지 못했다. 비슷한 처지처럼 보이지만 둘의 정치적 자산의 크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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