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빨아들이는 스마트폰] 스마트폰과 놀던 사이…'내·디·P·M'은 잊혀져갔다

입력 2014-07-11 21:20  

IT 하드웨어 업체들의 눈물

내비 시장 반토막…업체 줄도산
데스크톱PC도 매년 마이너스 성장

잡스도 인정한 MP3업체 아이리버
직원 2000명→80명으로 급감

콤팩트 디카·만보기 업체도 枯死



[ 박병종 기자 ]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으로 유명한 팅크웨어의 경기 광명시 소하동 공장은 한산했다. 젊은 생산직 직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었지만, 크게 분주한 모습은 아니었다. 조립 중인 제품은 내비게이션이 아닌 차량용 블랙박스였다.

공장 관리책임자인 손정호 팀장은 “수요 감소로 내비게이션 생산라인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대신 나머지 생산라인을 블랙박스와 태블릿PC 조립용으로 돌렸다”고 설명했다.

2009년 180만대 규모이던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2013년 100만대 정도로 반토막났다. 난립하던 내비게이션 업체들도 2011년을 기점으로 줄도산하며 공장 문을 닫았다. 삼성전자SK에너지 등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도 발을 뺐다.


시장이 주저앉은 것은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다. 티맵(T-map) 같은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시장을 잠식했다. 제품 교체 주기가 긴 내비게이션의 특성도 수요 부진을 부채질했다. 팅크웨어가 블랙박스를 선택한 이유도 내비게이션과 달리 스마트폰으로 대체하기 힘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세계적인 MP3 플레이어 업체였던 아이리버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4500억원에 달했던 연간 매출은 현재 5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2000명이 넘던 직원도 80명으로 줄었다. 아이팟으로 MP3 시장에 뛰어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한때 “우리의 경쟁 상대는 아이리버”라고 말할 정도였으나 아이폰 출시 후 상황이 급변했다. 전자사전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으나 이 시장마저 스마트폰에 흡수됐다.

2012년 아이리버는 4만3500㎡ 규모의 중국 공장을 매각했다. 최근엔 대주주 보고펀드가 인수가격의 절반인 295억원에 회사를 SK텔레콤에 팔면서 주인도 바뀌었다. 지금은 고음질 음향기기로 눈을 돌려 ‘아스텔앤컨’ 브랜드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또 다른 MP3 업체인 코원시스템도 2009년 1335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지난해 218억원으로 줄었다. 블랙박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데스크톱 PC도 스마트폰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2011년 670만대 수준이던 국내 PC 시장은 올해 481만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6.9%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8% 역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0년대 한때 매출이 4조원에 달했던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매출이 124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잘나갈 때 국내는 물론 중국, 멕시코에까지 공장을 지었지만, 이제는 모든 공장을 매각하고 경기 안산시에서 임대공장을 사용하고 있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번갈아 겪으며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아예 중소기업으로 새출발했다.

그나마 데스크톱 PC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공공기관 조달시장에서 연명하고 있다. 삼보는 PC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다고 보고 70인치 대형 모니터 ‘빅디스플레이’를 앞세워 TV 시장의 파이를 뺏어온다는 구상이다.

일반 디지털카메라(콤팩트카메라)도 괴멸 상태다. 삼성전자와 소니 등은 콤팩트카메라는 사실상 포기하고 미러리스 카메라에 치중하고 있다.

만보기와 전자사전 업체들도 대부분 고사했다. 6~7년 전만 해도 국내 만보기 제조업체는 4~5곳에 달했으나 이제는 모두 문을 닫고 신우전자 한 곳만 명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 기기에 만보기 등 헬스케어 기능이 속속 탑재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조짐이다.

법 규정에 따른 진입장벽 덕에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간단한 심박 및 혈당 측정기 시장도 장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처지다.

광명=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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