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가개조 이전에 새누리당 개조를

입력 2014-07-15 20:35   수정 2014-07-16 04:23

인기에 연연한 새누리 좌고우면
국가개조 거대담론 외치기보다
자유·책임·법치·자조 강조하는
우파정권 본래가치 회복해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세월호 참사 이후 나왔던 ‘국가개조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8일 “민간 각계가 폭넓게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공직개혁·안전혁신·부패척결·의식개혁 등 국가개조 작업을 이끌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개조’가 적절한 용어인지 의구심이 든다.

국가개조의 방향에 동의한다 해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개조는 시대역행적임에 틀림없다. 국가개조는 ‘국가주의’ 운동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조의 대상인가’하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주권자인 국민도 개조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공직사회를 적폐로 등치시키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수반인 ‘대통령 책무’의 기반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존재하는 것에는 존재론적 당위가 있기 마련이다. 외연을 넓혀 ‘전면 부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필요한 것은 국부적 외과수술이다. ‘성찰과 숙려 및 혁신’이 그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려면 사건의 본질을 봐야 한다.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악덕기업과 그 기업주(企業主)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에 있다. 청해진해운은 안전수칙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평형수까지 줄이면서 과적할 정도로 양심 불량이었다. 간부 선원들도 승객의 안전을 팽개치고 자신부터 탈출할 만큼 무책임했다. 당국은 사전 감독에서 부실했을 뿐만 아니라 구조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느라 생명을 구할 황금의 40분을 놓쳤다. 따라서 문제의 범위는 명료하다. 유병언을 하루빨리 검거하고, 천문학적 빚을 지고 부도난 세모그룹이 기사회생하게 된 과정을 복기해 필요하면 수사해야 한다. 그리고 감독 부실의 근본 원인을 발본색원하고 신속한 구조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어느 야권 지도자는 “검찰 수사가 유병언 일가에 집중돼 잘못된 초동 대응으로 희생된 승객과 아이들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며 “유씨에 대한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핵심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교조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를 틈타 혹여 정치적 소득을 얻으려 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위원회를 통해 국가개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현해 낼지도 의구심이 든다. 김대중 정부 때 ‘제2건국 위원회’의 성과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가개조, 제2건국 등의 거대담론은 그 무게를 지탱하기 어렵다.

정말로 개조가 필요한 조직은 ‘새누리당’이다. 국가개조와 달리 조직개조는 명료하다. 정당은 ‘이념의 유통업’이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고 여당은 국정의 ‘중심세력’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우파적 이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책임정치를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문창극 후보를 자진 사퇴하도록 몰고 간 것은 정말로 패착이다. 새누리당은 KBS 왜곡보도에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문 후보자의 역사관이 “조선은 게으르고 일본 식민지배는 정당하다”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포악한 언어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문창극의 역사관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생중계 청문회에서 그의 정체를 드러내 대통령의 인사가 얼마나 문제투성인지 전 국민에게 알리면 된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야당은 쾌재를 부르며 청문회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진실이 가려졌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KBS가 정말 떳떳하다면 ‘반론보도’ 차원에서 한 시간여의 동영상 원본을 특별 편성했어야 맞지 않겠는가.

새누리당은 ‘차악’을 넘지 못했다. 좌파적 야당을 차마 못 찍고 새누리당을 찍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반사이익에 순치된 정당이다. ‘가치와 지향점’을 포기하고 대신 ‘인기’에 집착한 철학 부재의 정당이다. 문창극 도중 하차로 지지도가 회복됐는가? ‘가치기반이 실종된’ 정권을 역사는 ‘기회주의, 좌고우면의 약체 정권’으로 평가할 것이다. 선거에서 차악이 아닌 차선으로 선택되려면 박근혜 정권은 ‘우파정권’의 본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유, 책임, 법치, 자조 그리고 배려로 말이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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