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향기] 29세 청년, 로에베의 낡은 껍질을 벗기다

입력 2014-07-28 07:01  

160년 전통의 스페인 명품
신임 CD에 조나단 앤더슨 영입
묵직함 걷고 재기발랄함 더해



[ 김선주 기자 ]
로에베는 지난해 9월 영국의 촉망받는 디자이너를 영입한 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조나단 윌리엄 앤더슨이 로에베에 합류한 젊은 피. 앤더슨은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스텔라 매카트니 등 영국이 낳은 세계적 디자이너 계보를 이을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J W 앤더슨을 만든 것은 2008년. 런던패션위크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해 5월엔 베르수스와 협업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베르수스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의 보급판(세컨드 브랜드)이다. 앤더슨의 작품 세계가 반영된 베르수스는 한층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앤더슨은 작년 9월 LVMH 산하 로에베의 신임 수석 디자이너(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지명됐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160여년 역사의 스페인 가죽 명가 CD로 발탁된 것이다. 앤더슨은 유서 깊지만 트렌드의 중심에서 조금 비껴나 있다는 평가를 받던 로에베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로에베의 로고와 애너그램을 바꾸며 새 단장을 시작한 것. 애너그램이란 문자를 재배열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의류·가죽 제품에서 브랜드를 상징하는 인장처럼 사용된다.

첫 컬렉션은 지난달 27일 파리 생제르맹지구에 있는 로에베의 생 쉴피스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기성복 가방 지갑 스카프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한 2015 봄여름(S/S) 남성복 컬렉션이었다. 자신의 장기인 세심하고 섬세한 재단에 실험적인 느낌을 가미해 로에베 특유의 묵직한 이미지를 걷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영국의 조립식 장난감 메카노를 활용한 재기발랄한 제품이 주목받았다. 광택이 나는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메카노 옥스퍼드(150만원)가 대표적이다. 구운 점토를 연상케 하는 적갈색(테라코타)을 다양하게 활용, 브랜드의 정체성도 유지했다. 테라코타 스트라이프 점퍼(120만원), 테라코타 스트라이프 스카프(79만원)에 울 소재 와이드 팬츠 피셔맨 트루저(130만원)를 접목하는 식이었다. 남유럽 특유의 따스한 색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직선적인 팬츠 실루엣을 통해 현대적 느낌도 놓치지 않았다.

건축학적 실루엣이 돋보이는 쇼트 슬리브 B&W 스트라이프 셔츠(150만원)도 호평받았다. 실크로 만든 이 제품은 옆구리 쪽에 새롭게 만든 애너그램이 새겨져 있다.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안톤 백팩(380만원)과 쇼퍼백(190만원)도 주목할 만한 제품이다. 나파 가죽으로 만든 에스파드리유(59만원)도 선보였다.

앤더슨은 이번 컬렉션에서 발표한 일부 제품을 추려 지난 25일 첫 캡슐컬렉션을 발표했다. 남성복 컬렉션의 주요 제품과 여성용 핸드백 및 액세서리 제품이 섞인 일종의 미니 컬렉션이다. 로에베의 전 세계 매장 중 신세계백화점 분더샵 등 30곳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이다.

●로에베(LOEWE)는 1846년 스페인의 한 가죽 공방에서 시작한 명품 브랜드다. 독일 출신 가죽 장인 앙리끄 로에베가 이 공방에 합류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 상위 3%의 최고급 가죽만 사용한다. 가문의 2대손인 앙리끄 로에베 힌톤이 1905년 왕실의 공식 납품업자로 지정되면서 스페인 왕가와 인연을 맺게 됐다. 국내 판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갖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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