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 新중견기업 열전] (4) S&T그룹 "확장보다 내실" 무차입 경영 급선회…글로벌 금융위기도 돌파

입력 2014-07-29 21:39   수정 2014-07-30 04:22

마켓인사이트 新중견기업 열전 (4) S&T그룹

M&A로 4년만에 자산 1조
글로벌 금융위기 터지기 전
한발 빠르게 부채 감축

모터스 매각 등 현금 확보
2400억대 여윳돈 보유



[ 이상열/하헌형 기자 ]
“계열사들은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늘리고 비용 절감에 나서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약 1년 전인 2007년 8월. 최평규 S&T그룹 회장은 ‘비상 경영’을 전격 선언했다.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등을 잇따라 인수하던 공격적 인수합병(M&A)을 멈추고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M&A로 급성장해 소위 ‘5룡(龍)’으로 불렸던 STX와 C&, 프라임, 유진그룹은 ‘승자의 저주’에 걸려 몰락하거나 사세가 위축됐지만 S&T는 탄탄한 회사로 남았다.

○‘폭풍 M&A’…4년의 ‘기적’

최 회장은 스물일곱 살이 되던 1980년 17평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300만원과 직원 6명으로 ‘삼영기계공업’(현 S&T홀딩스S&TC)을 창업했다. ‘열 교환기 소재 전문업체’로 기술력에 관한 한 최고의 회사로 키운 그에게 1997년 외환위기는 오히려 기회였다. 원·달러 환율이 최고 1600원까지 오르면서 수출이 폭증했다. 1997년 202억원이던 매출은 2002년 819억원으로 늘었다.

최 회장은 이때 번 ‘종잣돈’으로 2003년 법정관리 중이던 통일중공업을 인수했다. 이후 대화브레이크, 삼영정보시스템도 매입했다. 최 회장은 2006년 9월 자동차부품회사 대우정밀(현 S&T모티브)마저 인수하며 S&T그룹을 공식 출범시켰다. 2002년 상반기만 해도 한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S&T는 불과 4년 새 12개 계열사, 총 1조2000억원의 자산 규모를 보유한 중견그룹으로 떠올랐다.

○‘공격’에서 ‘수성’으로

“대나무가 마디가 없으면 부러지듯 지나치게 급성장한 회사는 위기 때 견디기 힘들다.”

최 회장이 2007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모아놓고 한 이야기다. 급속한 팽창 이후의 경영전략으로 그는 무차입경영을 택했다. 장성호 S&T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이사)는 “회사 책상엔 M&A 제안서가 수십건씩 쌓였지만 참고 또 참았다”고 회고했다.

S&T 계열사들은 유휴 부동산 매각, 순이익을 통한 부채 상환 등을 통해 차입금 감축에 집중했다. 한때 부채비율이 1927%에 달했던 주력계열사 S&T중공업은 2010년 모든 차입금을 상환하고 무차입경영 상태로 들어섰다. 지난 3월 말 현재 S&T모티브(75.4%) S&TC(50.9%) 등 다른 계열사들도 두 자릿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선제적 위기 관리 경영은 금융위기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STX나 C& 등 M&A로 성장한 다른 회사들이 줄줄이 몰락하는 와중에도 S&T는 금융위기 이전 그룹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S&T중공업, S&T모티브 등 일부 계열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오히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기도 했다.

S&T는 올초 S&T모터스(매각 이후 KR모터스로 개명)를 코라오그룹에 320억원에 매각했다. 과거 인수했던 계열사를 처음 되판 것이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T모터스 매각 등을 통해 그룹 전체로 약 2400억원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기술·투명·희생, 최평규 회장의 경영 철학

기술보국(技術輔國). 최평규 S&T그룹 회장의 창업정신이자 경영 철학이다. 기술 개발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최 회장은 그래서인지 유독 생산현장을 자주 찾는다. 사원들과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부산과 경남 양산, 창원 등지의 사업장을 오가며 ‘작업 공정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바꿀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한다. ‘투명 경영’도 최 회장이 경영 철학으로 삼는 것 중 하나다. 기업이 정당한 경영 활동을 통해 성장해야지, 로비나 인맥으로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회사가 어려우면 사재를 털어서라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곤 한다.

■ 실적 줄줄이 미끄럼…신성장동력 절실

수비형 전략 한계 징후

“재무구조 개선 중심의 ‘수비형 경영’ 전략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징후가 뚜렷합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최근 3년간 S&T그룹 계열사 실적에 대해 내린 평가다. 주력 계열사들의 매출과 이익이 2012년부터 정체 또는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S&T그룹이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그룹 매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S&T중공업의 외형과 이익 감소세가 뚜렷하다. S&T중공업의 매출(연결 기준)은 2011년 639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6121억원, 작년 5840억원으로 계속 줄어왔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21억원, 351억원, 194억원으로 미끄럼을 탔다. 올 1분기도 매출은 1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68.2% 감소했다.

양대 사업부문인 운송장비와 공작기계 부문이 모두 부진한 탓이다. 운송장비 부문은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가 올랐지만 국내 완성차업체 등 납품처의 단가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부품업체인 S&T모티브는 ‘외견상’ 작년 실적이 개선됐다. 연결 기준 매출은 6.1% 늘어난 9602억원, 영업이익은 5.1% 증가한 519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이는 작년 11월 알짜 계열사인 S&TC 지분 50.7%를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기존 자동차부품 사업만 놓고 보면 매출은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S&T그룹은 성장세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계열사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구매·외주·생산 등 각 부문별 생산성 제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T중공업 등 일부 계열사들은 해외 매출처 다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 적자에 시달리던 S&T모터스(매각 후 KR모터스로 개명)를 코라오그룹에 매각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시장 일각에선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S&T그룹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2007년 이후 사실상 중단했던 인수합병(M&A)을 조만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성호 S&T중공업 CFO(이사)는 “현금 여력이 풍부한 만큼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철강·기계 업종의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지면에는 요약본을 게재하며, 상세한 기사는 마켓인사이트(www. marketinsight.kr)에 실려 있습니다.

이상열/하헌형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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