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식물국회' 누가 책임질 건가

입력 2014-08-20 21:24   수정 2014-08-21 03:52

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


[ 이호기 기자 ] 지난 4월16일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4개월이 넘도록 국회는 ‘세월호 늪’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5월 현 여야 원내 지도부가 동시 출범한 이후 100일이 넘도록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세월호 유가족의 뜻이 여야 협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7일과 19일 두 차례나 이룬 합의는 유가족의 반대로 잇따라 무산됐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면 최소한 진상조사위가 발동할 수 있는 특별검사의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국회 몫 4명에 대해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상설특검법의 하위 법령인 국회 규칙에 따라 ‘여당 2명, 야당 2명 추천’ 원칙을 허물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다 19일 여야 합의에서 ‘여당 2명’에 대해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그럼에도 유가족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유가족이 여당 추천 위원에 동의하지 않으면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코너에 몰렸다. 합의 전 유가족과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합의 당일 오전 박 원내대표 측이 유가족 및 소속 의원들에게 설명했던 안과 나중에 최종 합의한 안이 서로 달랐다”며 “합의 내용도 그렇지만 협상 과정에서 사전에 유가족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게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6·4 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세월호 심판’을 내세워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유가족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뒷전이라며 집권 여당에 등을 돌리면서 새정치연합에 더욱 기댔다. 그러면서 여야 협상은 유가족의 목소리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새누리당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유가족의 신뢰를 얻는 데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무성 대표는 20일 관훈토론회에서 단 한 번도 세월호 사건 현장인 팽목항에 가본 적이 없노라고 고백했다. 김 대표가 18일부터 유가족과 만나며 직접 협상에 나섰지만 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모두 ‘소통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게 ‘4개월여 식물국회’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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