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두려움을 용기로…'명량'에서 배우는 리더십

입력 2014-08-29 19:14  


시대가 바뀌면 많은 것이 변한다. 삶의 양식이 변하고, 생산의 방식도 변한다. 사유의 패턴인 철학도 모습이 달라진다. 중세의 생각과 21세기의 생각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학문의 방향도 지향점이 바뀐다. 배움의 정점이 신(神)을 향한 시대가 있었고, 인간의 본질로 향한 시대도 있었다. 그러니 역사는 진행형이고, 언제나 진화 중이다.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다. 리더십은 조직이나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의 자질이다. 소통, 비전, 창의, 책임, 통찰 등은 리더가 갖춰야 할 대표적 자질이다. 리더십 또한 시대에 따라 방점이 조금씩 달라진다.

어느 시대에는 권위가 리더십의 요체였고, 21세기는 소통이 리더십의 주요 덕목이다. 앞에서 끌어주는 리더십이 중요시된 시대도 있었고,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십이 칭송받는 시대도 있었다. 리더십 또한 진화 중인 셈이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치르기 전 조정에 올린 장계에 담긴 이 문장은 ‘용기’라는 리더십을 극명히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남긴 “죽으려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 또한 죽음을 각오하면 얼마나 큰 용기가 생기는지를 역사적·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이순신의 리더십은 용기의 리더십이자, 승리의 리더십이다. 계층 간, 진보 간 갈등이 어느 때보다 심해진 대한민국에서 영화 ‘명량’이 사상초유의 인기를 끄는 이유인 듯도 하다. 용기는 통찰력, 비전, 실천력, 인격 등과 함께 시대가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 리더의 자질이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에게 말한다. 적들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 배, 천 배로 커진다고. 용기는 러더의 자질만은 아니다. 큰 꿈을 품고, 만만치 않은 세상을 헤쳐나가려는 청춘에 꼭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순신의 리더십은 청년에게 주는 울림도 크다.

백의종군(白衣從軍)으로, 그것도 일본 전함 300여척에 맞서 불과 12척으로 싸우려는 아버지(이순신)가 안타까워 아들이 묻는다. 왜 이 싸움을 해야 하느냐고. “신하의 근본은 충(忠)이고, 그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답변은 권력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한다. 민의(民意)보다 ‘사의(私意)’에 더 민감하다고 비난받는 정치권에 던지는 따끔한 충고로도 읽힌다.

‘명량 돌풍’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4, 5면에서 조선시대의 빛과 그림자, 이순신 장군에게서 배우는 리더의 자질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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