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知財權 무역통계, 기술수지 흑자 첫걸음

입력 2014-08-29 21:18  

"지재권 국제 거래 현황 포괄해 제시
정부·기업의 지재권 전략에 도움줘
기술무역 선진국 도약의 발판 되길"

김영민 < 특허청장 >



세계 기상학 역사를 보면 과학적인 강우(降雨) 통계를 처음으로 집계한 나라는 조선이다. 15세기 중엽 세종 때였다. 세종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각지의 강우량을 정확하게 측정해 농사에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종은 강우량을 측정하는 측우기와 강물의 높이를 재는 수표(水標)의 발명을 토대로 각 도를 연결하는 강우측정망을 구축하게 했다. 당시 기록을 보면 각 도의 감사는 지역의 강우량을 집계해 중앙에 보고해야 했다. 호조(戶曹)에서 그 수치를 취합해 전국 단위의 강우 통계를 냈다. 전국적인 강우량 분포와 월별 강우 패턴을 알 수 있게 되면서 농가에서 모내기에 적합한 시기를 아는 데 도움이 됐다. 이앙법이 전국으로 확산돼 농업 생산성도 크게 높아졌다.

당시 농업 생산성이 고려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고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국가통계였던 강우 통계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세종 시대 농업 발전의 기초 동력은 정확한 강우량 측정을 가능하게 한 발명품과 과학적인 국가통계의 개발·활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

통계는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정확하게 진단해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전략, 개인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통계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19세기 영국의 명 총리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이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했다. 언뜻 통계는 믿을 것이 못 된다는 뜻으로 비치지만, 부정확한 통계가 야기하는 혼란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 같다.

한국의 지식재산 분야 경쟁력을 나타내는 기술무역수지에는 두 가지 지표가 혼용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른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의한 ‘기술무역통계’다. 아쉽게도, 두 통계 모두 한국의 지식재산 거래 현황을 정확하고 폭넓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재권 사용료 수지는 거래 유형 중 사용료만 집계할 뿐 매매거래액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기술무역통계는 지재권 중 특허와 기술 거래만 포함하고 저작권 거래액은 반영하지 않는다. 두 통계의 발표 시기도 1년 차이가 나고, 파악할 수 있는 정보량도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두 통계에서 나오는 지재권 분야의 수지(收支)가 서로 달라 정부나 기업의 지식재산 전략 수립에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두 통계의 문제점을 보완한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를 새로 만들어 내년부터 발표할 계획이다. 특허청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은행과 협력해 통계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통계에는 그간 담아내지 못한 특허, 디자인, 저작권 등 모든 유형의 지재권 거래가 포함된다.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조선, 자동차와 같은 산업 분야에서 교역 국가별, 기업 규모별 등으로 구분한 거래 내역도 분석·제공할 계획이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를 국제 통계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필요시 정부 차원에서 OECD, IMF,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등 국제기구에 제안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새 통계가 정착되면 한국과 외국 간에 이뤄지는 전반적인 지재권 거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각 분야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기업이 경영 여건에 맞는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측우기를 이용해 만든 세종 때의 강우 통계가 이앙법과 접목돼 농업 혁신을 이끈 것처럼, 새로 나올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가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극복하는 기반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영민 < 특허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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