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
똑같은 기능의 제품들이 쏟아지는 요즘, 고객이 경쟁자가 아닌 나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고유의 무엇인가를 제품에 담아낼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서 시작하는 기업의 고민은 보다 진정한 차별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벤치마킹과 같은 외부의 자원과 도움을 활용할 때도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 대한 고민, 즉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와 어떤 강점이 있는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내·외부에서는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 경쟁자를 통해 고객을 읽다
픽사와 드림웍스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디즈니는 아름다운 캐릭터와 장면들, 음악 등 자신의 기존 강점을 강화시키는 대신 경쟁자를 통해 알게 된 고객과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주인공 자매의 깊은 유대감을 강조하고 남성에게 의존하던 예전의 여성상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또한 사실에 가까운 배경과 묘사와 아름다운 음악 등 기존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그동안 집약한 기술로 눈과 얼음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영화를 능가하는 생생한 장면으로 관객들이 주인공과 ‘겨울왕국’에 함께 있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줬다.
등장 인물이 안고 있는 메시지에 맞춘 아름다운 음악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경쟁자의 성공 포인트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벤치마킹함으로써 ‘겨울왕국’으로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자신을 지키며 혁신한 ‘듀폰’
듀폰은 1802년 미국 최초의 화약제조부터 시작해 1900년대 화학·섬유·석유·폴리머 등의 분야로 사업을 넓히면서 화학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1970~80년대, 듀폰은 오존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를 생산해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기업 이미지와 매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듀폰은 위험의 시그널이 강력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구의 빠른 증가로 식량 공급 확보가 미래 산업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점, 농업이 향후 세계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농약 및 농업 기술을 통한 식량 증산과 저장의 핵심은 화학 기술이며, ‘화학’과 ‘농업의 근본이 되는 생물학’은 인접 기술로서 이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농업은 듀폰에 전혀 새로운 분야가 아니었다.
현재 듀폰은 전략적 인수를 통해 농업과 생명공학에 집중한 새로운 사업 구조를 지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의 존립이 달려 있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듀폰은 무조건 트렌
드에 맞추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지도 않았고, 변화된 트렌드 속에서 기존 자산만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되 시장과의 연결을 잊지 않았고 이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과 전략적 인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짐 콜린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도 일관된 원칙이 없는 회사는 전혀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회사와 마찬가지로 실패하기 쉽다. 그리고 일관된 원칙의 중심에는 ‘기업 자신’이 있어야 한다. 기업에도 ‘자기다움’이 필요한 시대다.
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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