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시절만 생각하면 재기못해…장년인턴 통해 살아갈 힘 얻었죠"

입력 2014-09-15 21:24  

100세 시대, 일자리가 복지다 (4) 다시 일어서는 중·장년

피에스디 허일동 부장, 사업 부도 후 4년간 방황
인턴하며 컴퓨터설계 익혀…"자신있는 일 찾는게 중요"



[ 백승현 기자 ]
“내가 이렇게 살아서 되겠나 싶더군요. 월급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이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4년여의 방황이 준 교훈이죠.”

경기 안산에 있는 자동차 프레스 금형설계 업체인 피에스디 설계팀에서 근무하는 허일동 부장(55)은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그는 1990년대 말 40대 초반 나이에 안산과 전남 영암 대불산업단지에 6600㎡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지금 피에스디에서 받고 있는 월급은 수당을 제외한 150만원이 전부다. 기아자동차의 프레스 금형설계 협력업체인 이 회사의 직원은 9명이다.

허 부장의 청년시절 첫 직장은 삼성전자였다. TV설계를 담당하다 현대자동차로 옮겨 금형설계와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 후반 샐러리맨을 그만두고 전공을 살려 금형설계 사업을 시작했다. 탄탄한 실력으로 외환위기도 꿋꿋이 견뎌낼 만큼 견실한 기업을 일궜다. 하지만 차츰 누적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2009년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50여명의 직원을 둔 사업체를 운영했던 ‘사장님’에게 실업자의 삶은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했다. 마음은 물론 몸 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암 선고를 받은 이후 전국의 산을 돌아다녔다. 몸을 추스른 뒤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대리운전 일을 했던 것이 그에겐 삶의 전환점이 됐다. “콜을 받고 갔더니 손님이 예전에 사업할 때 알았던 사람이었죠. 용돈 하라며 몇십만원을 주더라고요. 그때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 부장은 올초 용기를 내 서울과 안산의 고용노동청을 찾았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엔지니어링 금형설계 전문가로부터 피에스디를 추천받았다. 면접을 봤지만 예전 드래프트(수작업 설계)나 CAD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카티아(3D 컴퓨터 설계기술) 프로그램은 낯설었다. 기술은 다소 부족했지만 허 부장의 적극적인 도전에 이 회사 김성호 대표가 손을 잡아줬다. 김 대표는 허 부장의 경력을 인정해주고 근무시간 중 직업훈련학교를 다니게 해줬다. 지난 5~8월 인턴기간을 통해 컴퓨터 설계 기술을 익힌 허 부장은 9월1일부로 정직원이 됐다.

“좋았던 시절만 생각하면서 자존심 때문에 일어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한결 편해지더군요. 피에스디에 근무하면서 한번도 지각한 적이 없어요. 인생 2막이 별것인가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는 청년인턴 대신 장년인턴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나이가 많다고 일을 그만두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라며 “아까운 장년 인재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는 장년인턴제도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산=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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