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촌철살인' 입담…'비정상회담'이 주는 시사점

입력 2014-09-19 07:01  

경영학 카페

젊은 외국인 엔지니어가
수십억 비용 줄이기도
한국도 경직된 문화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11명의 외국인이 출연해 입담을 겨루는 TV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인기다. 11개국에서 모인 매력남들이 만들어내는 역학관계가 흥미진진해서 케이블 방송인데도 시청률이 지상파에 견줄 만큼 높다. 유일한 아프리카 대륙 출신 샘 오취리는 탁월한 예능감을 자랑한다. 터키 유생 에네스의 고지식함은 성균관에 모셔놓아야 할 지경이다. 똘똘이 스머프 타일러의 동양고전과 한국사 지식은 좌중을 압도한다.

이 프로그램의 함의는 깊다.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이 신기해서 프로그램을 보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 이들의 대화는 추석특집 외국인 노래자랑 출연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시청자들은 비정상회담에서 독특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세계 시민을 만난다. 그들이 던지는 통찰과 촌철살인의 유머는 흥미로운 볼거리다.

예를 들어 ‘꿈을 쫓는 청년들에게’라는 메시지를 전한 제임스 후퍼는 19세에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탐험가다. 외국인은 무조건 개방적일거라는 생각에 일침은 놓는 에네스는 매번 귀를 의심하게 한다. 만 15세 자식의 독립도 반대, 혼전 동거도 반대,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는 결혼도 반대한단다. 새끼곰은 아빠곰의 발자국을 밟고 다닌다, 나무는 어릴 때 모양이 잡힌다, 천국은 어머니 발 밑에 있다 등 그가 전하는 터기 속담은 한국 사회가 잊어가던 가족 중심의 가치관을 다시 보게 한다.

기업에서도 같은 패턴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고유한 경험과 관점으로 남다른 기여를 하기에 환영받는다. 얼마 전 한 자동차회사 직원은 인사팀으로부터 보직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이메일을 발송한 인사팀 직원이 외국인이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외국인이니 인사팀 업무도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태도였다. 기술부서가 아닌 인사팀에 외국인 직원이 있다는 사실은 동료 직원들에게 이 회사가 정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0여년 전 필자는 한 발전소에서 외국인 엔지니어를 만났다. 외국인 합작사에서 파견한 젊은 기술직 임원이라 형식적인 역할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 부임 첫해에 수십억원의 이윤을 만들어 이름값을 해냈다. 그는 임원회의에서 발전기 터빈 속 프로펠러의 교체 주기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다른 임원들은 그럴 경우 비용을 줄이겠지만, 혹시라도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발전기 건물 전체를 부수고 다시 지어야하니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이 외국인 임원은 머리에 서리가 내려앉은 한국인 동료들의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곧 프로펠러 제조사의 기술자료, 해외 발전소의 프로펠러 평균 교체주기 자료들을 준비해 제시했다. 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자리까지 걸고 동료를 설득했다. 발전소 경영진은 결국 프로펠러 교체주기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 해부터 비용절감을 통한 이익이 수억원 늘어났다. 외국인 임원 한 명이 들여온 해외 경험과 노하우가 수백명의 직원 몫을 해냈던 것이다.

한국에는 이제 영어 잘하는 한국인도 많다. 그럼에도 기업이 한국인 대신 외국인을 채용할 때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기업은 한국식 위계질서에서 자유롭고, 해외에서 축적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반면 우리는 우리가 그들을 잘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아직도 외국인 전문가 상당수는 계약 기간이 종료하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귀국한다. 한국 기업의 경직된 문화가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 큰 이유다. 가정의 희생도 불사하는 충성심, 몸을 축내는 장시간 근무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기업은 외국인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개인은 다소 불편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고, 세계적 기업도 많다. 지구촌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주변 일상에서 비정상회담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김용성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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